“삶을 초극하는 언어이자 예언서”
함동수 시인, 시집 『오늘 밤은 두근거리는 통증처럼』 출간
허공을 끌어안는 마음으로
젖은 몸을 비우는 시간은 이젠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이
둥글게 부풀어간다
햇빛도 들지 않는 그늘에서 아주 천천히
둥근 몸을 말리다가 반짝
어느 빛 좋은 날 유약을 몸에 두르고 다시
그늘에 앉아 숨을 고르는 동안은
깊은 고요가 토향에 취해 잠들곤 하지
소성燒成으로 밤낮 하루 불길을 날려
천 도를 넘나들며 혼백마저 하얗게 사라져
나는 이미 어제의 내가 아니고
수 겁을 지나 시원이 되었다가
재가 되었다가 다시 돌이 되어 돌아갈 수 없는
완고를 이루고
톡 치면 온몸을 감싸고 흘러나는
향기로운 종소리가 메아리로 들려올 거야
흙에서 태어나 팽팽한 옹기의 굳은 의지는
햇볕 아래 오래도록 익어가며 너를 기다릴 거야
벌써 내 몸에선 진향이 나고 있어
시 ⌜옹기의 시간⌟ 전문
함동수 시인의 시집 『오늘 밤은 두근거리는 통증처럼』이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가늠할 수 없는 사이를 뚫고 또 다른 벽을 넘어, 2부 이렇게 빛나는 투쟁이라니, 3부 오직 견고만이 살아남는다, 4부 우리는 가여운 영혼처럼 쓸쓸하지 않을까로 구성됐다.
조동범 시인은 해설을 통해 “함동수 시집 『오늘 밤은 두근거리는 통증처럼』은 죽음을 응시함으로써 삶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려는 의지이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처음 자리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바람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함동수 시인의 시적 지향은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비롯된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시인이 삶 너머 죽음 그리고 죽음 너머 애초의 세계를 담으려 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함동수 시인은 병과 통증, 삶과 죽음을 통해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너머’의 세계를 꿈꾸고 있다. 바로 여기에 시인의 자리가 마련된다. 그리하여 시집 『오늘 밤은 두근거리는 통증처럼』은 삶을 초극하는 언어이자 예언서로 읽힌다”고 말한다.
함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그래도, 시를 쓸 수 있어서 외롭지 않았고/ 시로 기록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며 “시를 극복의 무기 삼아 밀고 당기며/행간을 벗 삼아 생의 고를 견뎌 보리라”고 다짐한다.
함동수 시인은 강원 홍천에서 태어나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하루 사는 법』 『은이골에 숨다』 『오늘 밤은 두근거리는 통증처럼. 산문집 『꿈꾸는 시인』. 연구서 『송은 유완희 시인의 문학세계』를 펴냈다. 2019년 용인문화상을 수상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