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는 매개물로 인간의 정서 담아낸 구체적 호흡

송은애 시인, 두 번째 꽃시집 『밟혀도 피는 꽃』 출간

2024-08-21     도복희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나의 과거도 현재도

나타나는 이름 모를 방황은

늘 그랬듯이 햇살처럼 다가온다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기다림으로

남아있다. 가끔은

그대처럼 가슴을 짓누르는 번뇌도

흔들려 보여주는 환한 모습에

다 녹아내리니 꽃 피워

그는 보답하리다

-고구마꽃전문

 

송은애 시인

 

송은애 시인의 두 번째 꽃시집 밟혀도 피는 꽃이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20205월 첫 번째 꽃시집 밟혀도 피는 꽃발간 후 못다한 꽃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광릉요강꽃73편의 수록된 시집은 시인의 눈에 띈 꽃들에 대한 감정의 집합체를 담아놓았다.

장백파랭이꽃, 함박꽃나무, 말발돌이꽃, 금붓꽃, 모데미풀꽃 등은 처음 알게 된 꽃이름이다. 73개의 꽃 이름이 시 제목이다. 꽃이 한 편의 시로 탄생해 새로운 의미구조를 전달한다. 이번 시집은 만개한 꽃 사진과 시를 배치해 놓음으로써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공감각적인 정서를 건드리기게 충분하다.

시집을 펼치면 꽃향기가 풀풀 새나올 것 같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꽃  사진은 시인이 직접 촬영한 것도 있고 김병지 교수, 원종석님, 국립공원 야생화 팀원들이 보내준 작품도 있다. 송 시인은 이라는 사물을 매개로 인간을 이야기한다.

흩어지는 감정을 붙들기도 하고 존재론적인 질문에 스스로 터득한 답을 써내려간다. 사물의 의인화 작업을 통해 은 희···락을 품고 인간의 정서를 드러내는 구체적인 호흡을 하게 된다.

그의 시들이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유는 에 머무르지 않는 꽃들의 반란에 기인한다.

인간과 인간의 교감은 정서의 근간을 건드릴 때 가능하다.

송은애 시인의 밟혀도 피는 꽃은 당신이 가진 정서들을 말하고 있기에 잔잔한 감동으로 파문을 남긴다.

칠순을 바라보는 송 시인은 이제야 어렴풋 삶이란 것을 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시간이 지나 촌스러워진 / 은율이 이상하게 꼬인 가 오히려 정감이 가서 숨기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송은애 시인은 인천 출신으로 순수문학으로 등단 후 오래도록 글을 쓰면서 지내고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