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는 매개물로 인간의 정서 담아낸 구체적 호흡
송은애 시인, 두 번째 꽃시집 『밟혀도 피는 꽃』 출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나의 과거도 현재도
나타나는 이름 모를 방황은
늘 그랬듯이 햇살처럼 다가온다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기다림으로
남아있다. 가끔은
그대처럼 가슴을 짓누르는 번뇌도
흔들려 보여주는 환한 모습에
다 녹아내리니 꽃 피워
그는 보답하리다
-「고구마꽃」 전문
송은애 시인의 두 번째 꽃시집 『밟혀도 피는 꽃』이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2020년 5월 첫 번째 꽃시집 『밟혀도 피는 꽃』 발간 후 못다한 꽃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광릉요강꽃⌟외 73편의 수록된 시집은 시인의 눈에 띈 꽃들에 대한 감정의 집합체를 담아놓았다.
장백파랭이꽃, 함박꽃나무, 말발돌이꽃, 금붓꽃, 모데미풀꽃 등은 처음 알게 된 꽃이름이다. 73개의 꽃 이름이 시 제목이다. 꽃이 한 편의 시로 탄생해 새로운 의미구조를 전달한다. 이번 시집은 만개한 꽃 사진과 시를 배치해 놓음으로써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공감각적인 정서를 건드리기게 충분하다.
시집을 펼치면 꽃향기가 풀풀 새나올 것 같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꽃 사진은 시인이 직접 촬영한 것도 있고 김병지 교수, 원종석님, 국립공원 야생화 팀원들이 보내준 작품도 있다. 송 시인은 ‘꽃’이라는 사물을 매개로 인간을 이야기한다.
흩어지는 감정을 붙들기도 하고 존재론적인 질문에 스스로 터득한 답을 써내려간다. 사물의 의인화 작업을 통해 ‘꽃’은 희·노·애·락을 품고 인간의 정서를 드러내는 구체적인 호흡을 하게 된다.
그의 시들이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유는 ‘꽃’에 머무르지 않는 ‘꽃들의 반란’에 기인한다.
인간과 인간의 교감은 정서의 근간을 건드릴 때 가능하다.
송은애 시인의 『밟혀도 피는 꽃』은 당신이 가진 정서들을 말하고 있기에 잔잔한 감동으로 파문을 남긴다.
칠순을 바라보는 송 시인은 “이제야 어렴풋 삶이란 것을 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며 “시간이 지나 촌스러워진 詩/ 은율이 이상하게 꼬인 詩가 오히려 정감이 가서 숨기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송은애 시인은 인천 출신으로 『순수문학』으로 등단 후 오래도록 글을 쓰면서 지내고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