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 해피드러그(drug) 전성시대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 / 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2024-08-28     동양일보

[동양일보]더 행복한 삶을 위해 질병 치료 아닌 자신감 결여, 불만을 느끼게 하는 비만, 탈모, 정력감퇴, 외모의 개선을 통해 행복과 기쁨을 주는 약을 해피드러그(happy drug)라 한다. 발기부전치료제, 비만치료제, 탈모치료제, 보톡스, 근육강화제 등이 있는데 자신감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약물로 의약품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해피드러그의 대명사 비아그라는 개발 가치가 없어 폐기되었다가 다시 협심증치료제로 개발중 뜻밖에 발기부전 효과가 확인돼 대박 난 세계 최초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이다. 이후 폐동맥고혈압, 고산병 치료에 적용되었다. 최근 비아그라가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 응집을 차단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을 18% 낮춘다는 발표가 있었다. 같은 계열 발기부전치료제인 시알리스는 양성전립선비대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등 PDE5억제제 계열 발기부전치료제의 심장질환에 대한 연구가 있다. 약물 적용 시 심부전발생률 17% 감소, 관상동맥협착 또는 폐색으로 관상동맥재개통술 받을 위험 15% 감소, 관상동맥혈전에 의한 협심증발생률 22% 감소 등 모든 원인에 의한 조기 사망 위험을 25% 낮췄다. 이 약물들은 발기부전치료 효과 외에 심장건강, 전립선비대치료 등 1석 3조 효과가 있어 건강인들도 상용하고 있다.



국내 탈모 인구가 천만 명이 넘어 탈모 시장은 커지고 있다. 미녹시딜은 최초 고혈압치료제였으나 경피용 탈모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프로페시아는 전립선비대 환자 임상시험 중 우연히 발모 효과가 밝혀져 경구용 탈모치료제로 개발됐다. 최근 이들의 효과를 개량한 여러 서방형 제제가 출시되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와 얼짱·몸짱이 되려는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빈곤과 게으름의 상징이 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해피드러그는 GLP-1 유사체 위고비이다. 최초 당뇨치료제였지만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로 비만치료제로 개발되었다. 이후 GLP-1 계열 약물들은 비알콜성지방간, 심장질환, 퇴행성뇌질환(치매, 파킨슨병), 수면장애, 난임, 금연 치료 외에 비만 관련 특정 암 예방까지 적응증이 확대되어 기적의 만병통치약이 되고 있다.



미용성형의 대명사인 꿈의 주사제, 보톡스는 부패한 소세지, 통조림에서 증식된 Clostridium botulinum 세균이 생성하는 청산가리보다 3천만배 독성이 강한 가장 치명적 신경독소이다. 안과의 스톳박사가 독소의 근육마비 특성을 사시치료에 적용해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다. 이후 보톡스는 주름개선, 편두통치료, 과민성방광치료, 다한증치료까지 적용 범위가 확장된 가장 치명적이고 유혹적인 물질이다. 그밖에 여성성기능개선제, 근육강화제, 수면유도제, 성장호르몬, 조루증치료제, 우울증치료제 등 해피드러그가 개발되고 있다.



최근 제약사들은 기존 해피드러그의 새로운 적응증 추가에 노력하고 있다.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기에 1상 임상시험이 면제되고, 2상 또는 3상만 해도 쉽게 허가받기 때문이다. 새로운 적응증 추가는 저비용, 개발기간 단축, 시장 확대로 매출 증가의 이점이 있다. 해피드러그는 불만, 부족함을 메워주고 젊음과 건강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높여 행복을 주는 약물이다. 하지만 양날의 칼과 같아 오·남용하면 독이 될 수 있어 전문가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