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무엇이 친절인가

송영하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2024-09-08     동양일보
송영하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동양일보]공무원에 합격하고 민원대에서 근무하면서 공무원의 친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연 민원인이 진정으로 바라는 친절이란 무엇일까. 친절의 단순한 사전적 정의와 공무원의 의무로서의 친절은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친절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같은 사람을 두고도 그 사람의 친절함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일 수 있다. 말투나 표정이 다소 경직되고 목소리 톤이 상냥하지 않더라도 민원인이 서비스에 만족하면 상대방이 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상반되는 경우도 있다. 민원인이 정확한 서비스를 받더라도 말투나 표정이 다소 귀찮아 하는 모습이 보이거나 빨리빨리 끝내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민원인은 업무서비스의 정확도에 비례하지 않는 불친절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친절은 매우 주관적이다. 때문에 공무원은 친절에 대해서 의무적 태도 또는 일관적인 태도 보다는 민원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대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면 민원인이 원하는 친절을 정말로 파악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정확한 파악은 개개인의 친절에 대한 생각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민원인을 이해하는 과정과 공감하는 과정 자체만으로 친절이 아무리 주관적이더라도 민원인은 친절하다고 느낄 것이다.

민원인은 서비스를 받으러 방문을 한다. 서비스를 받을 때 정확한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민원인을 대하면 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때론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때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서 보통 친절함과 불친절함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제공이 불가할 경우 대부분 서비스 제공이 힘들다라는 것을 안내하지만, 민원인은 서비스가 안 되는 건 알아도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민원인을 이해한다는 마음을 바탕으로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서비스 제공이 불가한 이유를 민원인 측면에서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설명한다면 민원인이 느끼는 친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원을 원만하게 처리하여도 무표정에 형직적인 말투, 사무적인 태도는 불쾌한 인상을 주기 쉬운 반면, 상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였음에도 ‘나는 당신의 마을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어요’라는 표현의 자세를 취한다면 친절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가진 민원인일지라도 불친절과 친절과의 사이에서 조금 더 친절함에 가깝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친절을 안다는 것은 거창한 것 같지만 상대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공감으로도 각기 다른 주관적인 친절에 대해 맞설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민원인과 나와의 얽힌 문제를 풀어주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이해와 배려가 동반된 친절의 효과는 덩달아 나에게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무감정 상태가 아닌 상대의 상황 감정을 헤아리며, 건강한 관계를 맺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친절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