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 강익중·윤형근을 만날 수 있을까
놓치면 평생 아쉬울 전시… 청주시립미술관 29일까지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이자 화가이자 시인인 강익중(64)의 시 '자기소개서'다.
지난 7월 4일 청주·청원 통합 10주년 기념특별전 강익중의 ‘청주가는 길’ 전시가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전국 일간지 기자들이 버스를 대절해 서울서 몰려 내려왔고 취재진 어깨싸움에 밀려, 청주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강 작가가 직접 손글씨로 써넣은 저 시 한 편을 간신히 ‘짤린 채’ 사진으로 담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생각이 날 때마다 찾아 꺼내보게 되는 강익중의 ‘자기소개서’.
많고 많은 그의 이야기가 저 짧은 시에 다 담겨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랬다.
1960년 '맑은 곳' 청주시 옥산면 덕촌리 가난한 농가의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나 6살 때 그린 증조할머니 영정사진으로 받은 칭찬이 재능에 확신을 얻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1984년 도미, 생계와 창작의 갈등을 겪어가며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대영박물관, 독일 루드비히뮤지엄 등에 작품이 소장될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까지, 세계문명사를 빛낸 금속활자의 고장 청주 출신답게 오로지 한글로 작업을 하고 남북통일을 상징하는 매개 달항아리를 그리고 만들고, 남북한 어린이들의 그림 ‘3x3인치’ 타일 1만장을 모은 ‘꿈의 다리’를 꿈꾸는 한반도 사람이다.
세계적인 작가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겸손하고 아이처럼 맑은 눈망울로 조근조근 작게 말하고, 최고 반찬은 ‘씀바귀무침’이라고 읊은 시가 실린 <고향이 워디여>라는 제목의 충청도 사투리 시집을 내고, 전시 준비기간 수십일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복대동 숙소에서 청주시립미술관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어다니며 청주를 눈에 담았다는 그는 ‘대한민국이 보유한 세계인’ 강익중이다.
‘붐비는 식당은 반찬이 맛있다’, ‘라면은 면발이 불기 전에 끝내야 한다’, ‘남자들은 대체로 피부가 맑은 여자를 좋아한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가 가장 예쁘다’, ‘파 송송 잘 끓인 라면을 당할 음식이 없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걸을 만하다’, ‘뜨거운 백사장 위를 달리면 무좀이 사라진다’, ‘배가 고프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청주시립미술관 1층 ‘내가 아는 것’ 전시실에 그가 써놓은 ‘그가 아는’ 문구들이다. 그 중 ‘붓은 언제 드느냐보다 언제 놓느냐가 중요하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가 붓을 놓는 날은 언제일까.
그는 오는 10~11월 한국미술가 최초로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이집트 정부와 유네스코 후원을 받아 ‘강익중 작가 대형설치작품 전시(Forever is Now)’를 준비 중이다.
청주시립미술관에서는 현재 '청주 가는 길: 강익중'과 함께 작고작가전 '윤형근_담담하게'도 전시중이다.
한국 단색화의 거장 故 윤형근 화백의 개인전은 최초로 공개되는 윤형근 화백의 초기 작품에 집중해 윤 화백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PKM갤러리 소장의 대작들과 평소에 공개하기 어려운 유족 소장의 작품과 자료들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최근 전시를 다녀간 BTS 멤버 RM의 발자취를 따라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전시는 오는 29일까지다. 석달 가까이 진행된 전시가 이제 2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강익중·윤형근에 대해 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부족하나마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찾아봄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휴관일인 추석 당일(17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오후 7시 일부 무료관람할 수 있다. 전시프로그램인 도슨트는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하루 2회 운영된다. 글·사진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