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 맨발 걷기, 제대로 알고해야 건강에 도움 돼
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동양일보]전국이 맨발 걷기 열풍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하다. 특히 맨발로 자연을 연결하여 건강을 지킨다는 ‘어싱(Earthing)’이라는 개념이 유행하면서 한층 강화된 느낌이다. 이에 서울특별시, 울산광역시, 대전광역시 등 대도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들도 앞 다투어 맨발 걷기를 위한 길을 조성하고 있다. 나아가 경기도 양주시에서는 10월에 맨발 걷기 대회를 개최한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각종 암을 비롯해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면역질환, 근골격계질환, 우울증, 공황장애, 신경계질환, 불면증, 소화기계질환 그리고 치매까지 극복하거나 개선되었다는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에 진료실에 찾아와 맨발 걷기에 대해 문의하는 환자들도 늘었다. 다만, 맨발 걷기가 여러 부분에서 효능이 뛰어난 것이 분명할지라도, 모든 방식의 맨발 걷기가 모든 질병에 있어 모두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우선 맨발 걷기는 땅을 밟아 자연을 느낀다는 개념에 맞게 인공재질 바닥면이 아닌 모래사장, 활톳길 등 흙의 재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내리막길의 경우 체중의 5~7배의 하중을 주어 아킬레스건염이나 무릎관절염 등을 발병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어 경사가 완만하고 평평한 길을 골라야 한다.
맨발 걷기의 효능은 △풋-코어(Foot-Core) 근육 강화 △균형감각 향상 및 자세교정효과 △활성산소 감소 △혈액순환 개선 △수면장애 개선 등 크게 5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우선 맨발로 걸으면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더 많은 바닥면을 직접 자극해주기 때문에 약해진 부분까지 골고루 강화해준다. 또한 신발을 신는 것보다 몸의 무게를 분산하는 능력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균형을 잡는 능력이 좋아져 노년층의 경우 낙상 사고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젊은 층의 경우 무너진 아치 곡선이 회복되면서 자세교정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세 번째 내 몸을 녹슬게 하는 쓰고 남은 양전하를 띄는 활성산소가 음전하의 성격을 가진 지면과 닿으면서 줄어들게 하는 효과도 있다. 네 번째 우리 몸의 모든 신경이 연결된 발을 자극함으로써 발의 피로 자체를 줄여줌과 동시에 온 몸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맨발 걷기를 통해 코르티졸 분비를 정상화하고 알파파를 증가시켜 수면의 질을 많이 높여주게 된다.
다만, 어떤 분들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알아야 한다. 우선 평발의 경우 발의 아치가 없어 발목, 무릎관절, 허리 등 몸 전체로 충격이 전해질 수 있다. 따라서 발의 아치를 형성하기 위한 내재근 강화 운동을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굳은살이 많거나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등의 발질환이 있는 분들 역시 정상적인 걷기가 어려워 데미지를 크게 입을 수 있다. 또한 당뇨가 있는 분들의 경우, 작은 상처가 궤양이 되고 통증도 느끼지 못해 궤사까지 갈 위험성이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무엇이든지 과한 것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잘 갖추어진 바닥에서 차츰차츰 운동량을 늘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맨발 걷기 후 불편한 증상이 발생하면 명현반응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함을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