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청주 소방대원들을 만나다.
[동양일보 이태용 기자]이 땅의 푸른깃발 동양일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하여’를 제작 정신으로 1991년 창간해 올해 창사 33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청주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 청주 소방대원들을 만나 동양일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조건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청주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에서 근무하는 이철준(33) 소방교의 포부다.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소방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 소방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화재 속 본인의 안전보다 안에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뛰어들게 됐다. 소방대원의 꿈을 이룬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19년 강원도 산불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일이다. 이 소방교는 “전국 소방차들이 강원도로 집결했고, 당시 근무하던 소방서에서 선발대를 구성해 소방차를 타고 강원도로 이동했다”고 회상했다. “산불이 산맥 하나를 전소시키고 마을 인근에서 대원들이 연소 확대를 저지하는 모습을 봤던 순간, 큰 재난 앞에서 나의 부족함을 느꼈던 순간이 소방대원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방학교 실습을 받고 있을 때 학교 벽면에 새겨진 ‘누구나 소방관을 할 수 있다면, 난 소방관을 하지 않았다’는 문구를 가장 인상 깊게 봤다”며 “실습을 하고 있을 때 이 말이 좀처럼 와닿지 않았지만, 일선에 배치된 후 소방관의 다양한 임무를 경험하다 보니 그제야 학교 벽면에 새겨진 문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이 되는 길이 누구에게는 큰 도전일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쉬운 도전일 수 있다”며 “동양일보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얘기는 소방관이 되려면 ‘책임감’과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소방대원 6년 차를 맞이한 이 소방교는 “무조건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화재와 구조·구급 그리고 행정지원 모든 분야에 배정을 받더라도 팀의 일원으로 소방관 1인의 몫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누군가를 동경하는 사람은 언젠가 그 사람의 모습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의 장점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라며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언젠가 꿈꾸던 모습에 가까워진 사람이 되고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충청도의 대표 일간지 동양일보의 창사 33주년을 축하한다"며 "본인이 태어난 해에 창간한 동양일보와 함께 앞으로 더욱 책임감 있는 소방대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잦은 출동으로 힘들고 지치지만 도움을 드린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감사하다고 말씀 하실 때의 그 뿌듯함이 저에게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청주시 북문119안전센터에서 환자 처치와 이송을 담당하는 문산하(33) 소방교는 소방 생활을 하며 가장 뿌듯한 일은 ‘회복한 환자들이 고마움을 전할 때’이다. 문 소방교는 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의 역할만이 아니라 동부소방서의 ‘소방 안전 강사’로서 시민에게 심폐소생술과 화재대피훈련 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따른 대처 방법을 전달하는 시민들의 ‘안전 지킴이’다. 그는 2023년 ‘소방 안전 강사 대회’와 2021년 ‘대한민국 안전대상’에서 입상하는 등 충북 소방의 미래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4~2016년 충북대병원 응급실에서 1급 응급구조사로서 일하던 문 소방교는 2019년에 임용돼 지금은 내원하는 환자만이 아닌 청주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소방관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고등학생 때 소방서에서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며 소방서장상을 받게 됐는데 서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소방관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응급구조학과를 나와 병원에서 근무하며 구급에 관련된 지식을 쌓아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문 소방교는 ‘멋진 소방관’이 되기 위해 이틀에 한 번씩 퇴근 후 남편과 청주 월운천에서 5km를 뛰고, 환자 처치에 대한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의학 논문을 읽는다. 그는 “앞으로도 제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으로 능력 있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멋진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소방교는 끝으로 현장에 대한 애로사항에 대해 “임용 전에는 ‘항상 보람된 출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며 “구급대원 폭행 문제와 술에 취해 협조하지 않는 시민을 마주했을 때가 제일 어렵다”고 꼽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8년간(2015~2022년) 구급대원 폭행 피해 가해자의 87.4%가 주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장소별로는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현장 처치를 시도하는 도로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 중인 구급차 안이 뒤를 이었다. 윤 소방교는 “지금도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폭행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구급대원들이 시민의 안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협조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대피시켜 인명피해 없이 현장을 마무리할 때가 제일 뿌듯합니다"
청주시 오창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윤바울(30) 소방교의 말이다. 윤 소방교는 구조대원이지만 화재 현장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동물 포획, 벌집 제거 업무 등 전천후로 활약하며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그는 "구조 현장에서 체력이 안돼 요구조자를 구조하지 못하는 등의 후회가 될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라며 신념을 밝혔다.
윤 소방교는 자신의 신념처럼 윤 소방교는 누구보다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충북 소방의 귀재로 각광받는 대원이다. 그는 지난 9월 6~16일 11일간 덴마크에서 열린 15회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하고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며 대한민국의 명예를 드높였다. "한 달 동안 매일 10km씩 300km를 뛰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며 준비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말한 그는 "신경 써주시고 응원해 주신 소방본부직원들과 송정호 동부소방서장님, 김태효 센터장님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 공을 돌렸다.
윤 소방교는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뿐만 아니라 지난 8월 경남 합천에서 진행된 2024 ‘킹 오브 더 합천’ 장애물 레이스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피지컬 100'에 출연한 홍범석씨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또 2022~2023년 소방공무원 해운대 LCT 계단오르기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고 있다. 그는 "소방 현장에서 힘을 보태려면 체력이 정말 중요한데 목표 없이 운동만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며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그 자체로 운동을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각종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를 준비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도전해 시민들에게 대한민국 소방관이 강하고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윤 소방교는 체력만 기르는 것이 아니라 구조 관련 자격증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바쁜 생활 속에도 인명구조사2급·수상구조사2급·응급구조사2급 등 다양한 자격증을 딴 그는 이제 위험물 기능사와 화재감식 산업기사 시험에 도전한다. 그는 "어떤 부서나 상황에서도 소방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잘 어우러져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끝으로 독자들에게 "우리 소방관들은 언제나 여러분들 옆에서 누구보다 따뜻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국민 여러분들에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한 가족구성원으로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태용·홍승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