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로 지역의료 살린 ‘청양의 슈바이처’

■ 병원장 인터뷰 / 김상경 청양군보건의료원장

2024-10-14     유환권
김상경 청양군 보건의료원장
김상경 청양군보건의료원장이 환자의 진료를 하고있다.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산부인과쪽 치료 때문에 한달에 한두번씩 청양에서 홍성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 오시는 초로의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 분을 볼때마다 ‘내가 근무할 곳은 여기가 아니구나’ 싶었죠.”

좋은 조건, 큰 도시인 홍성의료원 재직중 ‘나를 찾는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며 청양군과 인연을 맺었다는 김상경 청양군보건의료원장.

산부인과 전문의로 산부인과 불모지에 희망의 싹을 틔운 그는 지역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타지로 나가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하는거라고 자부한다.

김돈곤 군수가 가장 잘한 업적 중 하나로 김 원장의 취임을 꼽을만큼 청양의료원의 보건의료 정책과 성과는 매우 크다. 치매안심센터 신축, 숲 치유 프로그램 도입, 치매관리사업 유공 표창, 찾아가는 의료원 마을순회진료 등 다양하고 굵직한 정책과 성과들이 많다.

김 원장이 6년 전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군민들이 ‘예방의료’에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질병에 미리 대처하면 경제·육체·시간적 고충을 절반 이하로 줄일수 있다. 그런데 청양은 ‘검진 낙후도시’였다”며 “특히 전국에서 5대암 검진을 할수 없는 곳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청양군만의 특수 검진인 페CT검사, 혈액 종합검사, 외에 복부, 뇌, 심장 및 관상동맥 CT검사 등 사실상 ‘원스톱 건강검진센터’ 체제로 운영된다”고 엄지를 치켜 세운다.

그 결과 2023년 말까지 총 4만815건의 검진을 실시해 위·대장·유방암 등 355건의 유소견자를 발견해 상급병원으로 진료의뢰하는 성과를 냈다.

군 의료원은 2022년부터 전국 유일의 청양군 시책사업인 현장 방문형 ‘찾아가는 의료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동 불편 노인 등 건강취약계층을 위한 맞춤 의료 서비스다.

김 원장은 “매년 60개 마을을 돌며 전문의 처방을 통해 주사, 처치, 물리치료, 한방치료, 치과진료 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3년째 진행중인 이 사업의 만족도 조사결과 98.8%의 호평을 받았다. 도농간 의료수혜 불균형을 해소할수 있는, 농촌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소멸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의료서비스 부족인데 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김 원장은 “질병을 조기 발견해야 건강수명을 늘리고 궁극적으로 ‘치료가능한 사망률’을 낮출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의료인력 수급이 필수”라며 “의료인들에게 정주여건 개선과 충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그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각종 첨단 의료장비를 들여 안정적 진료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임 중 군민들을 위해 반드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기) 도입을 성사 시키고 싶은 것도 김 원장의 소망이다.

소도시라는 한계 때문에 청양의료원은 3년째 안과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김 원장은 “충남도와 국가에서 노령인구와 의료 취약지 내 주민들의 삶의 질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안과, 이비인후과 등의 의료인력을 우선 배치 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정부와 의료단체가 의사 증원과 관련해 갈등을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필수의료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먼 이야기로 들릴수 있지만 필수의료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며 “먼저 필수의료를 살리는 정책을 실행해가면서 의사증원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많은 농촌 도시에서 ‘건강 100세’냐, ‘골골100세’냐를 결정짓는 핵심 관건은 질병을 막는 일이다. 군민의 ‘건강수명 연장’을 위해 김 원장은 오늘도 청양보건의료원의 12개 외래 진료과, 입원실 및 응급실의 유기적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는 특히 산부인과 불모지 청양에 ‘자기 발로’ 찾아가 지역의료를 살린 ‘청양의 슈바이처’다. 청양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