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보편적 행동 양식 묵직한 깊이로 다가온 시편들

이정희 시인, 시집 『하루치의 지구』 출간

2024-11-11     도복희

 

의뭉스런 겉표지 빽빽한 문장 틈으로

길고양이가 뛰어들었다

목에 방울을 채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등뼈 물렁한 음절로 생겨나

말 닫은 문장이 책갈피를 옮겨 다닌다

 

단락을 놓치면

귓속 반고리관 섬모에

선명한 오해로 남아 내일이 불안하다

내 감정이 배제된 음절

논리의 변이로 엇박자를 낸다

 

송곳니로 부사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호기심 가득 찬 매서운 눈은

물음을 구걸하지 않는다

 

비밀이 넘나드는 책장

뭉텅이 긴 소문을 삭제한 흔적이 보인다

짧은 단락 사이 잠겨 있는 어지럼증

난독의 행보는 갈 길이 멀고

표절이 눈치 없는 발목을 잡는다

 

자주 길을 잃는 막다른 골목

페이지를 나눈 쉼표

목록 어디쯤 조연으로 사는 길고양이

책갈피 몇 번지에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책갈피에 꽂은 고양이전문

 

 

이정희 시인의 시집 하루치의 지구가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붉은 꽃 피우는 검은 소,  2부 겹겹 낱장의 숨소리,  3부 빛으로 열린 페이지,  4부 빙하의 연보 낭만 화석을 반납 중이다 로 구성 됐다.

이종섶 (시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짧은 데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시, 가벼운 느낌인데도 묵직한 깊이를 갖추고 있는 시를 보기란 그리 흔치 않은 일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정희 시집 『하루치의 지구』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인류의 보편적 행동 양식, 그것은 이 지구상의 습관이거나/종사하는 자세로 명명된다. ‘지구를 등장시키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나를 비껴간 한 끗들// 천운이었거나 두고두고 아쉬운 것들이었을까// 오늘은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자고 이야기 한다

이정희 시인은 경북 고령에서 출생했다.효성여자대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202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꽃의 그다음하루치의 지구가 있다.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시부문 대상, 보훈문예대전, 경북일보 호미문학대전, 산림문화작품공모전, 순암 안정복 문학상, 독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