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충북문학관'이 건립되어야 한다(상)

강찬모 문학박사·진천 포석조명희문학관

2024-11-11     동양일보
강찬모 문학박사·진천 포석조명희문학관

[동양일보]대한민국 한복판에 자리잡은 유일한 내륙도인 충청북도는 135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근현대문학의 태동과 잉태로 이어지는 진원지였으며, 이를 견인 선도한 지역이다. 역사의 전환기를 문학정신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빛나는 지성들이 이곳 ‘중원(中原)’ 땅에 터를 잡고 연이어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충북이 낳은 불멸의 작가들이 남겨놓은 빛나는 작품들을 통해 인생의 진수를 더듬고 삶을 밝히는 등불로 삼아왔다. 그 영예로운 대표적인 이름들을 하나하나 호명해 본다.

홍명희(1888~1968 괴산, 소설), 조명희(1894~1938 진천, 희곡, 시, 소설), 권구현(1898~1938 영동, 시), 정지용(1902~1950 옥천, 시), 김기진(1903~1985 청주, 소설, 평론), 조벽암(1908~1985 진천, 시, 소설), 이흡(1908~? 충주, 시), 이무영(1908~1960 음성, 소설), 박재륜(1910~2001 충주, 시), 정호승(1916~? 충주, 시), 오장환(1918~1951 보은, 시), 권태응(1918~1951 충주, 시), 홍구범(1923~? 충주, 소설), 신동문(1928~1993 청주, 시), 유종호(1935~ 진천, 평론), 신경림(1936~2024 충주, 시).

이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견강부회가 아님을, 한국문학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롱한 별들이었음이 대학 ‘국문학사’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이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향인 충북을 초월하여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문사(文士)’들인 것이다.

한국문학에서 20~30년대는 우리 국민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작가들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한꺼번에 출현했던 미증유의 시기였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쉽게 나오기 힘든 문학 천재들이 명멸했던 시기였다. 소월, 한용운, 김억, 이기영, 이상화, 심훈, 이육사, 신석정, 노천명, 백석, 윤동주, 이상, 김유정, 박태원, 이태준, 이효석, 김영랑 , 서정주, 이용악, 유치환, 김동환, 김광균, 신석초, 변영로, 박용철, 황순원, 김현승, 김기림 등이다.

이렇듯 한국문학의 황금기인 2~30년대, 특히 30년대에 3대 장르에서 당대 최고의 작가는 모두 충북 출신이었다. 시에는 정지용(향수), 소설에는 홍명희(임꺽정), 평론에는 김기진(내용 형식 논쟁)이었다.

여기에 20년대 포석 조명희는 일제강점기 한국 작가로는 첫 번째로 망명(연해주, 1928)하여 우리 문학의 지평을 대륙으로 확장한 한민족 디아스포라문학의 선구자였다. 그가 대륙에 뿌린 디아스포라문학의 씨앗은 다가올 ‘통일문학’의 무성한 숲이 될 것이다.

이무영은 ‘농민문학’의 태두였고 권태응은 ‘아동문학’의 개척자였다. 신경림은 70년대 ‘민중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유종호는 전후 한국문학의 1세대 본격 비평의 초석을 놓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