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율곡이 화양동 선유동 쌍곡을 찾지 않은 이유(85)-정하원의 옥산구곡시 4
이상주 전 중원대교수
[동양일보] 첫째, 제④곡 공간(孔澗)이다. “사곡어간의고암(四曲漁竿倚古巖), 사곡이라 물고기 잡는 낚시 오래된 바위에 기대놓으니,간변유초녹삼삼(澗邊幽草綠[毛 參][毛 參]). 물가의 그윽한 풀 무성하게 푸르네.무궁도체관어수(無窮道體觀於水), 무궁한 도의 실체는 흘러가는 물에서 볼 수 있는데,서불여사불만담(逝不如斯不滿潭) 이와 같이 흘러가지 못하니 못을 채우지 못하네.” 1구의 낚시대는 제3곡에서 언급한 강태공에 대한 재론이다.3~4구는《논어》〈자한(子罕)〉에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라는 구절을 차용한 것이다. 도체(道體), 즉 학문의 본체다. 물이 쉬지 않고 흐르듯이, 학문도 쉬지 않고 연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 제⑤곡시 계정(溪亭)이다. “오곡유거공불심(五曲幽居恐不深), 오곡이라 아늑한 거처 깊숙하지 않은 것이 두려워서, 재래송계변성림(栽來松桂便成林). 소나무 계수나무 심으니 문득 숲을 이루었네.개중산수지하물(箇中山水知何物), 산수가운데서 어떤 세상물정을 알게되니,간취오인동정심(看取吾人動靜心). 우리네 사람의 생동감과 고요함의 마음을 알아보게 되네.” 1~2구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비보(裨補)로, 소나무 계수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게 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3~4구를 보자. 산과 물을 통해 인생의 흘러가는 형세를 알 수 있다. 앞 시대의 대가들이 지은 싯구를 참고하여 자신의 주장을 담았다.
셋째, 제⑥곡 폭포(瀑布)다. “육곡비류작일만(六曲飛流作一灣), 육곡이라 나는 시냇물 한 구비를 이루고,뇌성종일도송관(雷聲終日搗松關). 우레소리 하루종일 소나무관문을 울리네.부지하처훤진뢰(不知何處喧塵籟), 세속의 노래소리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데, 농학무방자재한(聾鶴無妨自在閒). 귀먹은 학은 무방하게 스스로 한가롭네.” 1~2구에서, 물소리가 크고, 유속이 거센 것처럼 이언적의 학문도 그 영향력이 세다는 걸 말했다. 3~4구, 학은 신선(神仙)의 화신(化身)이다. 따라서 이곳이 신선경(神仙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넷째,제⑦곡 징심대(澄心臺)이다 “칠곡연연백석탄(七曲淵淵白石灘), 칠곡이라 찰랑찰랑 하얀 돌이 늘어서 있는 여울,무심유수유심간(無心流水有心看).무심히 흘러가는 물에 마음이 담겨있음을 보네.공명본체진여감(空明本體眞如鑑),투명한 시냇물의 본체는 진짜 거울 같은데,방각신금상욕한(方覺神襟爽欲寒).바야흐로 정신과 흉금의 상쾌함이 시원해지려 한다는 걸 깨닫겠네.”제3곡 세심대(洗心臺)에서 마음의 더러움을 씻었으니, 제7곡 징심대에서는 씻은 마음을 더 깨끗하고 맑게 변화시켜 한 단계 도약실천할 것을 강조권고했다.
다섯째,제⑧곡 탁영대(濯纓臺)이다. “제팔곡암대활화개(八曲巖臺活畵開),팔곡이라 바위로 이루어진 대, 살아있는 그림처럼 펼쳐지고, 부임유수수형회(俯臨流水水瀠回).흐르는 물 굽어보니 물이 빙빙 감도네.어가잉득창랑취(漁歌剩得滄浪趣), 어부의 노래인 창랑의 정취가 남아도는데,오탁오영자거래(吾濯吾纓自去來). 나는 내 갓끈을 씻으며 스스로 오가네.” 탁영대(濯纓臺)가 살아있는 그림처럼 생동감이 있으며 물 굽이굽이 감돈다.《초사(楚辭)》〈어부(漁父)〉“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를 차용했다.세속을 초탈하여 고결한 절조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을 뜻한다.
여섯째, 제⑨곡 상담곡(上潭曲)이다. “구곡임만갱위연(九曲林巒更嶎然), 구곡이라 숲우거져 봉우리 다시 높은데,봉황고영잠청천(鳳凰高影蘸晴天). 봉황대의 높은 그림자 비 개인 시냇물에 잠겼네비치네.진원곤곤래하자(眞源滾滾來何自), 진짜 물의 근원 출렁출렁 어디부터 흘러오는고? 아욕승사일문천(我欲乘槎一問天). 나는 뗏목 타고 하늘이 어딘가 한 번 묻고 싶도다.” 임금을 모시는 훌륭한 인물의 출현을 기대하여, 산봉우리에 봉황산 또는 봉황대라 이름을 붙인다. 제9곡시에서는 이언적이 심성의 도야와 학문의 정진에 힘써, 봉황같은 경지에 도달했으며 하늘과 같이 높기 때문에, 이를 본받아야한다고 권장했다.
일곱째, 정하원의〈옥산구곡시〉를 총평한다. 정하원은 서시부터 제9곡까지, 구곡의 명칭에, 이언적의 학문연원을 고사를 원용하여 밝히고 있으며, 그 영향이 지대했다는 점을 담았다. 이렇듯 정하원은〈옥산구곡시〉서시부터 9곡시까지 각각 28자 안에, 자기가 말하고하는 뜻을 직접 말하지 않고, 고사(故事)를 비유(比喩)로 인용하여 절묘하게 압축표현했다. 따라서 시의 격조(格調)기교(技巧)가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