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김택 중원대 교수

2024-12-08     동양일보
김택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발표하고 전국에 비상계엄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내세웠고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라고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였다. TV에서는 공수부대원들이 국회를 점거하고 국회의사당 안까지 뛰어드는 모습이 방영됐다. 그러나 국회 담을 뛰어넘어 들어간 국회의원들이 회의를 개최하였고 재적 190명, 찬성 190명으로 계엄해제를 결의했다. 선포된 지 2시간 30여 분 만에 친위 쿠데타는 무릎을 꿇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10·26사건 다음날 1979년 10월 27일부터 1981년 1월 24일까지 실행된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은 온 국민이 우려 했고 전 세계가 한국의 민주 체제를 조롱했던 시대착오적 퇴행의 결과물이 돼 버렸다. 윤 대통령은 왜 계엄을 선포했을까? 그가 내세운 것은 국회가 범죄자 집단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동안 야당이 줄곧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반발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중국언론들이 말하는 아내 사랑때문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되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계엄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것은 비정상적인 헌법파괴에 불과하다. 계엄은 헌법에 규정된 대로 전시 사변이나 국가비상사태에 병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만 하는 것인데 야당의 빈번한 특검, 탄핵 시도나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 차질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본다. 대통령은 절박한 심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하지만 계엄 말고도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야당에 대해 경고만 하려던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일부 증언에 의하면 반대자를 체포하려고 시도도 했다고 하는데 검찰총장까지 한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다운 행동을 한 것인지 또한 자유민주주의자인지 묻고 싶다. 무장 군인들을 국회에 투입해 야당 인사들이나 반대자를 체포 시도한 것은 내란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군홧발로 총칼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사고방식은 독재자들이나 써먹은 수법이고 결국 이러한 공포정치 시도는 국민을 당혹하게 했고 결국 여야 국회의원들의 구국의 결의로 무위에 그쳤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야당 인사들에 극도의 반감이 있었다. 그는 계엄 선포 담화문에 나왔듯 국회를 범죄자의 소굴로 규정했고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같은 적대적 감정을 드러냈고 포고령을 내세워 강압 정치를 시도하려고 했다. 이것은 군사 친위혁명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사법시험을 10번이나 봤다고 하는데 그가 도서관에서 한때는 사찰에서 육법전서를 공부할 때 헌법파괴나 헌법 훼손 등을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타협과 합의의 민주주의 철학과 이념을 외면하고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것은 아무래도 판단력이나 인지력에 문제가 있지 않고는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토요일 밤 국민과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발포에 대한 책임으로 탄핵을 시도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건희 여사의 특검도 부결됐다. 지금 윤 대통령의 리더쉽과 권위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야당이 계속 탄핵을 시도한다면 대통령 자리도 보장 못 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준다 한들 제대로 국정이 움직이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당 대표는 분명한 정치 일정을 밝히고 불가역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한동훈 대표가 국민이 수용할 만한 수습책을 제시 못 한다면 보수정권은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여당은 조기 대선이 된다면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꼴로 여겨 윤 대통령을 감싸는 것 같다.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보호만 하지 말고 대통령 퇴진 일정, 대통령선거, 거국 내각 구성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청사진을 선포해야 한다. 오락가락하고 우유부단한 행태를 보인다면 보수정권은 또다시 무너진다고 본다. 또다시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다.둘째, 야당은 탄핵만 시도할 것이 아니라 국정의 동반자. 수권정당의 자세를 네세워야 하고 탄핵을 빌미로 국정 혼란을 자초하면 야당도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조기 총선에 목 메워 특검이나 탄핵을 남발한다면 국민은 외면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살길은 국가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리더쉽을 발휘해야 대권도 다가온다. 단지 탄핵이라는 먹잇감이 성큼 다가왔다고 먹으려 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윤 대통령은 이제 혼란을 자초했으니 이것을 해소할 수 있는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 영도 안 서는 마당에 또다시 권력을 남용하거나 휘두르고자 한다면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더라도 이것이 자신의 업보라고 생각하고 속죄해야 한다. 책임을 지고 이제 천명을 기다려야 한다. 대권을 받은 것도 하늘과 땅의 뜻이고 대통령직을 상실하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신의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