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당뇨약의 반전-항노화약
[동양일보]얼마 전 국민배우 김수미씨가 별세했다. 사망원인은 500mg/dL가 넘는 고혈당에 의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에 의한 쇼크사로 당뇨의 위험성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국내 당뇨 환자 수가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되어 2020년 기준 600만명을 넘어섰다. 당뇨 전 단계는 1500만명에 육박하며 65세 이상 중 51%가 당뇨병이거나 당뇨 위험군이다.
당뇨병은 만병의 근원으로 합병증이 더욱 위험해 평생 관리를 요하는 질병이다. 메트포르민은 예전부터 사용된 가장 저렴(100원)하고 안전한 당뇨병 치료제이다. 메트포르민은 유럽에서 중세부터 약초로 사용되던 프랑스 라일락에서 추출한 구아니딘 성분을 구조 변경하여 독성을 낮추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한 약물이다. 1958년 영국, 1995년 미국 FDA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되었다.
불로장생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진시황이 평생 불로초를 찾다가 차선으로 택한 것은 극약 수은이었고 수은 중독으로 허망하게 요절했다 전해진다. 과학의 무지가 빚은 비극이었다. 무병장수를 위해 생체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역분화 연구, 역노화, 회춘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 늙은 생쥐에게 장기간 세포 역분화를 시도해 피부와 장기를 젊은 생쥐의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오래전부터 메트포르민과 라파마이신의 수명 연장 효과가 밝혔지만 사람 아닌 동물실험 결과였다. 최근 장기간 임상시험을 통해 메트포르민 복용 당뇨환자가 정상인보다 오래 사는 것이 최초로 입증되어 당뇨인이나 정상인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전 “노화는 질병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주장한 ‘노화의 종말’ 저자 싱클레어 박사도 메트포르민 복용 당뇨환자들이 눈에 띄게 건강한 점을 발견하고 커피 한잔 보다 싼 항노화제라면서 하루 1g 메트포르민을 복용했다. 국내에서 당뇨환자 아닌 정상인의 메트포르민 처방은 아직 불법이다.
신약개발! 한 질환을 표적으로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조 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지만 성공 확률은 1만분의 1이하다. 실패한 약물 중에 어떤 질환에 뛰어난 효과가 있었음에도 끝내 적응증을 찾지 못해 폐기된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주 적응증이 되는 경우 행운이다. 메트포르민은 당뇨치료, 비만치료에 사용되지만 임신기간을 늘리는 부작용때문에 임산부에는 금기의 약이다. 최근 이런 부작용을 반전시켜 임신기간을 늘리는 조산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라파마이신은 항진균제로 개발 중 심각한 독성으로 중단하고 장기이식을 위한 면역억제제로 개발되었다. 프로페시아(피나스테라이드)는 전립선비대 치료제 임상시험 중 발견한 부작용인 발모 효과에 경구용 탈모치료제로 개발했다. 미녹시딜은 고혈압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부작용인 발모 효과를 경피용 탈모치료제로 적용했다. 꿈의 비만 치료제인 GLP-1 유사체 위고비도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임상시험 중 체중감소의 부작용을 비만치료제로 반전시켰다.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 중 부작용인 발기 효과를 세계 최초 발기부전 치료제로 반전시켰다. 최근 비아그라는 알츠하이머병을 18% 늦추는 것이 인정되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감기약으로 흔히 쓰이는 암브록솔 성분이 발작 등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고셔병 환자에게 치료제로 개발될 전망이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장수학자들이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현대판 불로초가 ‘싼 비지떡’처럼 값싸고 흔해서 간과했던 메트포르민이었다. 필자의 지인 동료 교수로서 세계적 암 연구 석학인 충북대 배석철 교수가 평생 찾았던 부작용 없는 항암제는 값싸고 예부터 펠라그라에 사용되던 비타민 니코틴산아미드(비타민 B3)였다. 배교수는 30여년 전 항암 및 암 예방 효과를 밝혔지만 오랜 검증 끝에 최근 그 약물을 공개했다.
새해가 되면 또 한 살 나이를 먹는다. 노화를 늦추는 마법의 약, 메트포르민은 당뇨환자나 정상인 누구에게도 필요한 꿈과 희망의 약이다. 비만약 위고비처럼 고가가 아니면서 저렴하고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된 메트포르민이 일반인을 위한 항노화약으로 조속히 출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