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J작가 이야기
이상봉 충북문화예술자문관
[동양일보]지역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미술계에서 십수년을 활동하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작가의 유작전을 개최한 바 있다. 얼마 전 고인의 유족으로부터 만나서 찬 한잔 나누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마침 유족이 거주하는 인근에 출장의 일정이 생겨서 약속을 정하고 만남을 가졌다. 고인의 유작전에 관해서 매우 흡족해 하며 관람을 하러 오신 많은 지인들로부터 좋은 호평을 받았다는 감사의 인사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해주셨다. 전시의 후담과 함께 이어진 대화는 소장하고 있는 고인의 작품의 처리에 대한 문제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차한잔 나누고자 하여 만남을 하게 된 것인데 뜻하지 않게 향후 고인의 작품 처리문제에 대해서 상담까지 하게 되었다.
고인이 된 작가는 지역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회화를 전공하였지만 오브제를 활용한 실험적인 조형작품으로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상업화랑으로 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미술시장에서도 거래가 형성되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다.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작가의 모든 유품이며 작품들이 유족의 몫으로 남게 된 것이다. 향후 고인의 유품과 작품들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가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작업의 유형이 설치형식의 작품들로 관리도 어려워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딱히 대안이 없어 공공미술관을 대상으로 기증의사 타진을 해보라는 말과 함께 작은 기념공간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몇 가지 방법들을 조언을 하고 헤어졌다.
대다수 현대미술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가 제작된 작품들을 전시 하고나서 사후처리 문제가 커다란 난제이다. 현대미술의 영역이 넓어지고 작품 소재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재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표현의 방식에 따른 재료의 선택폭도 넓어져 창작된 작품의 보존에 대한 어려움이 많다.
당대에 주목을 받거나 하여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른다면 작품들을 판매하고 재생산을 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 창작된 작품전시를 개최하고 사후처리에 대한 어려움이 크다.
참 안타까운 문제이고 현실적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 국공립미술관에 기증하고자 하는 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뿐만이 아니라 지역미술관에도 작품기증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증의사를 표명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것은 한편 좋은 현상이기도 하지만 미술관의 수장고의 소장의 한계가 있기에 기증작품 수량을 한정해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기증도 하고 싶다고 누구나 다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심의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과정들의 문턱이 높은 편이다.
일단 소장품이 되면 작품의 관리를 위해 항온 항습의 시스템과 보험등 유지 및 관리를 위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공립미술관에 소장품으로 기증을 받아주는 경우는 그래도 작가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이기도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사적 가치나 연구를 통해 기증품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래서 미술관의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바라기는 지자체에서 지역예술가들의 아카이빙 사업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한다. 한 분야에서 수십년을 활동을 하며 비록 중앙에서 큰 주목은 받지 못하더라도 지역예술인으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전문분야에서 오랜 세월을 창작활동을 추구한 작가라면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형성되어 예술가들의 아카이브공간을 만들어간다면 지역예술인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이요 문화자산이 되지 않을까 한다. 모든 작가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해 부합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기증받아 아카이브관이나 기록관을 만드는 것을 적극 검토해보면 좋겠다. 이 또한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