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건강한 피부는 건강한 정신으로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2024-12-26     동양일보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유난히 긴 극한 폭염에 가을도 짧아 벌써 겨울이다. 춥지만 한낮의 따스한 햇살은 피부를 기분 좋게 간지럽힌다. 햇빛은 피부 건강과 면역력을 높이고 비타민 D 합성, 세로토닌 분비로 마음을 기쁘게 하고 밤에는 멜라토닌이 분비시켜 숙면에 도움을 준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어 햇빛이 부족해지면 우울증과 정서장애가 더욱 증가된다.



햇빛을 쐬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 “봄볕에 거슬리면 님도 몰라본다”. 속담이지만 과학적이다. 봄에는 볕은 뜨겁지 않지만 일조량이 길고 자외선 지수가 높아 얼굴이 새까많게 그을리지만, 가을에는 일조량이 짧고 자외선 지수가 낮아 덜 그을린다는 이론이다. 자외선은 동물의 피부색과 털색을 좌우한다. 자외선이 강한 적도 지역 동물은 멜라닌 색소가 많아 어두운 털색 및 두꺼운 피부를 갖고 있다. 멜라닌은 자외선을 흡수해 피부 손상을 줄이고 피부 DNA 손상을 막으며 두꺼운 피부는 자외선을 차단한다. 반면 자외선이 약한 고위도 지역 동물은 자외선을 충분히 흡수해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밝은 털색이다. 사람도 저위도 지역에 흑인종, 고위도 지역에 백인종이 사는 것은 자외선 강도에 따른 피부색 진화의 결과이다.



피부는 몸에서 가장 넓고 큰 장기로 신체 표면의 보호막 역할만이 아니라 뇌와 교신하는 장기로 정신 건강에 연관되어 ‘제3의 뇌’라 한다. 깨끗한 피부는 여성의 최고 로망이다. ‘피부 미인이 진짜 미인’이란 말처럼 깨끗한 피부는 자신감만이 아니라 맑은 정신, 옳은 판단력,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원천이다. 습진, 아토피 등 만성 피부염 환자는 기억력과 주의력이 낮아지고 피부염이 심할수록 우울증, 스트레스, 수면 장애로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여드름은 학습 능력을 저하시킨다. 중고 시절, 필자의 가장 큰 고민은 여드름이었다. 심한 여드름만 아니었다면 공부에 집중해 인생이 바뀌었을 텐데 생각할 정도 고민과 스트레스였다. 현재 화장품에 대한 동물시험은 금지됐지만 예전에 필자는 갈색 피부를 가진 기니픽이라는 실험동물에 자외선을 조사해 여러 자외선 차단제와 미백제의 효능시험을 했다. 차단제와 미백제 비도포 부위는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어 검게 되지만 도포 부위는 그대로였다. 필자의 새까만 얼굴은 자외선 평생 노출의 산물이다. 자외선 차단제의 중요성을 진작 알고 사용했다면 현재의 모습은 아니었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든다.



햇빛 중 사람 피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피부에 산화질소를 생성해 혈압을 낮추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뇌를 자극하고 천연 항산화제 역할, 항염증 효과, 항균 효과 및 비타민 D를 합성해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자외선은 피부노화의 주범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피부암까지 유발한다.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면 피부각질층이 두꺼워지고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 탄력섬유가 파괴되고 피하지방 감소, 색소침착, 잡티, 볼꺼짐, 주름, 눈손상 등 광노화에 의한 피부노화가 유발된다.



여름에는 햇빛이 강해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쓰지만 겨울이 되어 햇빛이 약해지면 자외선에 대한 경계를 늦추게 된다. 하지만 겨울에는 나뭇잎이 떨어져 그늘도 없고 오존층이 얇아져 자외선이 잘 투과되어 자외선에 손상되기 쉽다. 특히 눈과 얼음에 의한 햇빛의 반사와 산란으로 자외선 노출량은 여름철 노출량의 3배가 넘어 얼굴이 까맣게 그을리기 쉽다. 따라서 스키, 스노보드, 스케이트 등 겨울 스포츠를 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더 철저히 발라야 한다.



겨울이 되면 찬 바람, 건조한 공기와 난방으로 피부가 더 건조해져 각질과 주름이 생기기 쉬워 피부 건조 방지를 위해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 보습제는 피부의 가장 바깥층, 피부장벽 즉 각질층의 염증지표를 낮추고 수분 함량을 증가시켜 피부노화 방지와 항상성 유지에 필수이다. 최근 노인에 꾸준한 보습제 도포는 인지기능의 저하를 늦추고 피부결이 늙은 사람은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건강한 피부는 총명한 두뇌와 건강한 정신 유지에 필수라 한다. 추운 겨울이지만 겨울 스포츠로 계절을 맘컷 즐기시고 자외선 차단제와 피부 보습제로 피부 건강을 잘 지키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