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딱 1년만 옷 안 사고 살아보기
임윤희 청주시 자원관리과 주무관
[동양일보]예전에 언젠가 <딱 1년만 옷 안사고 살아보기>(임다혜 저)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아니 어떻게 옷을 안 사고 살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옷 안사기를 12개월째 실천 중이고,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진짜로 1년동안 옷 안사기 프로젝트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책의 요지는 너무 많은 옷에 둘러싸여 있지만 사고 또 사도 막상 옷장을 열어보면 입을 게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필요하지 않은 옷은 분류하고 처분하며 옷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의 마음과 생활을 정리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구구절절이 맞는 이야기고 공감하며 읽었지만, 내가 옷 안사기를 결심한 이유는 사실 다르다. 올해 초에 우연히 우리가 무심코 ‘의류수거함’으로 넣은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아마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은 그곳에서 수거되는 옷들로 불우이웃을 돕거나 아니면 다시 중고매장 등에서 교환이 이뤄지는 등 선순환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의류수거함의 95% 정도는 아프리카 등의 가난한 나라로 수출된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는 무분별하게 아주 싼값으로 수입된 옷들 대부분을 아무 곳에서나 태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여름인 나라인데 들어오는 옷은 계절과 상관없는 두꺼운 옷들도 있고 상태도 별로이며, 이미 인구수를 훨씬 더 초과하는 막대한 양이 수입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소각시설도 갖추지 않은 후진국에서는 그냥 산더미로 쌓아놓은 옷을 하루가 멀다 하고 태우고 있다. 그래서 강은 메마르고 공기는 탁해졌으며 여러 가지 심각한 자연재해를 겪는 중이다.
그 영상을 보고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비싼 브랜드 의류를 사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싸게 산 옷을 적당히 한 철 입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거함에 넣어 누군가 쓰겠지라고 생각했다. 의류수거함이라는 존재는 사람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게 하고 있지만, 실상은 후진국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더 이상 의류수거함에 옷을 넣지 않고, 차라리 쓰레기봉투에 버림으로써 버리는 비용을 내가 지불하려고 하고 있다.(물론 직접 중고 판매를 하거나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부하는 좋은 방법도 있다.)
그래도 작년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구매해서인지 올해에는 옷을 특별히 사지 않아도 입을 옷은 충분했다. 출근을 해야하니까 매일 다른 옷을 입기 위해서 옷이 많아야 할 것 같지만, 사실 내가 몇 가지 옷을 돌려 입어도 생각보다 주변에서 그렇게 신경을 쓰진 않는다.
매번 유행은 바뀌고, 또 계절이 바뀌면 어쩐지 새로운 옷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내년부터는 입을 옷이 없어서, 또는 엄청난 할인을 하니까 라는 이유로 옷이 자꾸 사고 싶어진다면 옷을 구매하기 전에 진짜 꼭 나에게 필요한 옷인지 나중에 쉽게 버려지지는 않을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옷을 구매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