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랑을 이데올로기로, 그 다정한 글쓰기

한분순 시조집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 출간

2025-01-01     박현진
한분순 시조시인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토라져 달아나며 / 가을을 나무란다 // 그들을 패거나 / 여기 / 나를 안아 줘 // 쓸쓸은 식지 않아서 / 쏘다니다 붉은 성’ -‘그들을 패거나 나를 안아줘’ 전문.

한분순 시인의 시조집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이 발간됐다.

시조집은 총 5부로 나눠 1부 ‘사랑이라 쓰려다 너의 이름을 쓰며’, 2부 ‘고독의 방생’, 3부 ‘기적이 조용히’, 4부 ‘바람이 바람에게 반하여’, 5부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 등 각 부에 15편씩, 총 75편의 시조를 담았다. 특이한 것은 작가의 말부터 75편의 시조 모두의 영역본이 한글 원본과 함께 나란히 실렸다.

그리고 ‘시인의 말’ 한 페이지에는 딱 한 줄의 글귀가 적혔다. ‘이 글 읽는 그대의 끼니가 늘 아름답기를’이라고.

이봄 시인은 ‘글쓰기의 다정한 마술, 사랑을 이데올로기로’라는 제목의 작품해설을 통해 “어여쁘게 걷는 고양이처럼, 문학은 연인이면서 구원이다. 그렇듯 정화된 한분순 시편들은 다정함을 선포한다. 작정하지 않은 연애이듯, 서커스에서 들려주는 설법만큼, 즐겁게 통섭들을 찾아낸다. 구원이라는 거대함을 작은 사랑스러움들이 맡는 시대, 생애의 기쁨을 탐람하는 그 문장 속에서, 일상이 곧 기적”이라며 “선한 낭만과 시조라는 섬려한 미학으로, 한분순은 마법과 혁명 체계에서 축원을 만든다. 글씨는 신의 그림자이며, 낱말은 군대와 같다. 할퀼 듯 예쁘장한 문체는 잘 읽히는 스낵 컬처이면서, 은하계 대우주마저 꽃잎 위에 쓸 수 있는 멋진 축약 장르, 현대 시조 그 완성형에 닿는다. 삶에 낯을 가리지만 그림자마저 반짝이는 서정이 은총을 짓는다. 시인에게 이데올로기는? 글 읽는 그대의 끼니가 늘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인은 1943년 충북 음성 출생으로,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가람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현대불교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집 <실내악을 위한 주제>, <한국대표명시선 100 서정의 취사>, <저물 듯 오시는 이>, <시인은 하이힐을 신는다>, <손톱에 달이 뜬다> 등과 시화집 <언젠가의 연애편지>가 있다. 서울신문 출판편집국 부국장, 세계일보 문화부 부국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 한국여성문학인회 고문, 한국시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현진 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