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장] 물가안정 근본대책 마련해야
2025-01-06 동양일보
새해 벽두부터 물가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급등 여파로 먹거리와 생활필수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농수산물값도 널뛰기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재앙이 현실로 닥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설 명절을 앞두고 배추와 무는 ‘금값’이 됐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에 따르면 배추 평균 소매 가격이 한 포기에 5027원, 무는 한 개에 320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8.9%와 77.4% 올랐다.
지난해 여름철 폭염과 추석 이후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며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다.
지난해 김장철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와 무 조기 출하가 이뤄진 것도 최근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겨울 무 주산지인 제주에 비가 자주 내린 것도 무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값도 덩달아 뛰었다. 배는 작년보다 24% 올랐고, 감귤은 12%, 딸기는 10% 더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은 전년보다 3% 감소했고, 수확 후 저장 단계에서 고온으로 피해가 발생해 유통 가능 물량은 생산량보다 더 줄었다.
감귤은 여름철 폭염으로 열과(갈라짐) 피해가 컸고, 생육 부진으로 출하량이 줄었다.
채소와 과일 등 충청권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보다 세종 11%, 대전 9.8%, 충남 7.9%, 충북 7.1% 올랐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채소나 과일을 보고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8% 이상 올랐다.
초콜릿과 커피, 카레처럼 원재료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의 오름폭도 컸다.
가공식품 175개 품목 가운데 121개 품목의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올랐다. 175개 생필품의 평균 물가 상승 폭은 3.9%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폭 2.3%보다 높다.
과자, 음료, 치킨, 생필품, 화장품 등에 이르기까지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장보기 겁난다’, ‘차례 지내고 싶지 않다’는 비명과 탄식이 절로 난다.
정부는 이번 주 물가관리대책을 발표하며 설 성수품 공급과 할인행사를 역대 최대수준으로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서민의 설맞이가 조금 수월해질 수는 있겠지만,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물가 폭등으로 서민들은 올해 설도 힘겹게 보낼 처지에 놓였다.
일회성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긴 안목에서 민생안정을 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탄핵 등 어수선한 정국을 틈탄 기업들의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제품용량 축소 등 꼼수·편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비축 농산물 방출과 수입 확대 등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할 때 나타나기 쉬운 가격 담함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해야 한다.
재정 조기 집행과 금리 인하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지만,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서민 식탁을 책임지는 신선식품 물가는 가계 안정을 위한 정부의 최대 과제로 어느 정책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물가관리대책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여·야·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물가·민생 안정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