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따뜻한 말 한마디의 선물

박아영 청주시 흥덕구 복대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2025-01-19     동양일보
▲ 박아영 청주시 흥덕구 복대1동 주무관

복지업무를 하다 보면 대부분은 무사히 지나가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처가 되는 말들로 고통을 받을 때도 있다.
필자도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밤새도록 생각이 나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던 적이 있었다. 머리로는 ‘친절’을 떠올리지만, 마음으로는 진심으로 다가가는 법을 어려워했다. 그래서 찾아오는 민원인들과 찾아가야 하는 대상자들을 어떻게 대할지가 고민이었다.
최근 뉴스를 보면 민원인이 본인의 생각대로 일이 안 됐다며 담당 공무원들을 폭행 및 폭언함은 물론 소송에 이르기까지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각종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 삶을 포기했던 동료들을 보면서 어쩌면 찾아오는 민원인들에 대해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여러 번 겪고 나니 ‘따뜻한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문득 ‘내가 먼저 더욱 친절하게 따뜻한 말 한마디의 선물을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손을 잡아줘야겠다고 생각을 하니 문의 사항에 진심 어린 답변은 물론이고, 또 다른 질문이 있는지 없는지 묻고 어려운 부분은 민원대 앞으로 나가 눈높이에 맞춰 자세히 안내했다.
그리고 나니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는 분은 처음이다”며 고마움을 표하시는 민원인도 계시고, 이름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반대로 내가 지치고 힘들 때 “항상 도와주셔서 힘이 됩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라며 피로회복제 같이 나에게 또 다른 힘을 주고 가는 분들도 있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상징하는 친절의 정의란 무엇일까. 친절은 사전적인 의미로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라고 국어사전에 기재돼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절이란 “어떤 대가가 아니라 도움이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도움받는 사람의 유익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 정의를 했다.
선물은 국어사전에서는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나 가까운 관계가 아닌 사람이 주는 선물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선물을 받고 보답을 안 하면 주는 사람이 괘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받는 사람도 시간과 돈을 들여 나중에 선물을 주어야 하는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물건이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의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먼저 친절하기를 바라기보다 우리가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건 어떨까.
삶에 지쳐 여유가 없고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누군가에게, 내가 건넨 그 따뜻한 한마디가 행복의 씨앗이 되고 새싹을 틔우는 영양분이 되고, 이 새싹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의 온기를 채워주는 날들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