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알고리즘의 덫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현대사회에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자리 잡았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알고리즘에 의해 철저히 개인화된다. 알고리즘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어 특정 결과를 도출하거나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유튜브에서 영상을 시청하거나 쇼핑몰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이후에 보여줄 콘텐츠를 결정한다. 이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정보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과거 행동을 기반으로 관심사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함으로써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이나 관점을 지지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배제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킨다. 소셜 미디어 사용자 중 대부분이 자신의 관점과 일치하는 뉴스만을 소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 기록을 분석해 유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하고 있으며, 유튜브 사용자 중 상당수가 정치적 편향성을 강화시키는 영상에 노출되어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이념이나 신념이 과도하게 강화되며, 극단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 그룹을 관심사에 따라 구분하고, 이들 각각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여,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그룹 간의 정보 교류가 줄어들어 사회적 단절과 갈등이 심화된다. 최근에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나뉜 사용자들이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적대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불편해하거나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배제하는 경향을 강화시킨다. 이는 다양한 관점을 접할 기회를 제한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저하시키며, 실제로, 소셜 미디어에서 접하는 뉴스는 비슷한 관점의 내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플랫폼 기업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추천 콘텐츠의 기준과 방식에 대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추천 알고리즘을 수정하거나 끌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성 모드’와 같은 기능을 추가하여 다양한 관점의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둘째로는 정보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는 정보 리터러시를 포함하여 학생들이 정보의 출처와 신뢰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고,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일반 대중이 허위정보를 식별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허위정보 확산 방지를 위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SA)’처럼 알고리즘 책임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알고리즘의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독립적인 감독 기구를 설립하여 플랫폼 기업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정보 노출 설정을 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여, 특정 주제나 출처의 콘텐츠를 포함하거나 제외하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 소비를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일상과 정보 소비를 편리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 숨겨진 폐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알고리즘이 강화하는 확증편향은 개인의 사고와 사회적 통합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도록 허위정보를 걸러내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형성하는 만큼, 알고리즘의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해 알고리즘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협력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정보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