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기 아깝다 '다 같이 돌자, 전시 한 바퀴'
백제시대에서 최신 작품까지…주말을 '문화'스럽게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연휴가 길다, 길다 노래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새 없이 시간이 사라져 버린 듯하다. 계획은 많았으나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 아쉬움, 하지만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들떴던 마음 가라앉히는 데 전시장 만한 게 또 있을까. 잠시 설 명절로 잊고 있었던 놓치기 아까운 전시 몇 편 살펴본다.
○…청주 국사봉에 오른 사람들
청주사람이면서도 이곳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흥덕구 1순환로 438번길 9)은 신봉동 고분군과 우리지역 고대 역사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다.
현재 전시관 내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은 2021~2023년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현 센트럴밸리일반산업단지) 조성부지에서 진행된 유적 발굴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총 3부로 △1부는 기와가마와 탄요 유구를 소개하는 '국사리 사람들과 가마' △2부는 통일신라 말 고려 초의 토굴과 토실을 살펴보는 '국사리 사람들의 공간' △3부는 통일신라 석곽묘와 조선시대 토광묘에 대해 알아보는 '국사리에 잠든 사람들'로 구성됐다.
전시는 2월 16일까지이며,관람은 휴관일 월요일 제외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043-201-4255)로 문의하면 된다.
○…미술사기범에서 팝 아티스트로
'조수 기용 대작'이라는 6년의 재판 '유배' 끝에 정식 화가 반열에 올라선 충남 예산 출신의 팝송 싱어 조영남이 처음부터 자신을 인정해준 한국현대미술계의 거장 김재관 화백이 운영하는 쉐마미술관(청원구 내수로 241)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자신과는 정반대의 화풍으로 기하학적, 도형적, 반추상적 그림들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는 매우 학구적인 김재관 작가와, 한 시대를 풍미한 '세한도'의 추사 김정희 선생이 자신과 같은 충청도 출신이란 게 믿기지 않는 자칭 '재미스트' 조 작가는 "神은 우리에게 재밌게 살 권리를 부여해 줬다"며 "나, 너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조영남의 유쾌한 예술실험전'은 다음달 9일 막을 내린다. 문의는 전화(☎043-221-3269)로 하면 된다.
○…예향 만끽하고 싶다면 4명의 작가와 함께
한 자리에서 내로라하는 4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네오아트센터(상당구 수암로 37)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助各)이 조각(彫刻)되어'에는 △순수미술을 넘어 아트디렉터이자 미술감독으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후창 조각가 △한지의 물성과 질감을 살린 부조작품들로 회화와 조각의 장점을 끌어안는 김영란 조각가 △하늘과 사람의 매개자인 '터'와 개발과 문명에 의해 파괴되는 '터'와의 부조리한 질서 속에서 '생명의 본질'을 찾는 양태근 조각가 △속이 텅 비어있는 인물상의 가느다란 역선(力線, 육체)에 정신의 에너지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는 김정희 조각가가 참여해 관람객의 시선과 발길을 붙잡는다.
전시는 3월 2일까지로, 월요일 휴관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오후 6시 무료관람할 수 있다.
○…온종일 머물러도 괜찮은 곳
대한민국 문화매력 로컬100에 빛나는 문화제조창(청원구 상당로 314)은 이제 명실공히 외지인들도 부러워하고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상가와 뮤지엄숍이 있는 본관 1층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본관 3, 4층 한국공예관은 입주작가들의 창작열기와 함께 역대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수상작을 만날 수 있는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갤러리1)과 담배공장에서 문화공간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돌아보는 '연초제조창에서 문화제조창으로'(갤러리4), 그리고 공예관 소장품들을 한 눈에 조망하는 '공예저장소 차곡차곡'(갤러리4)이 상설 전시돼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5층 공연장과 키즈카페, 도서관을 비롯, 바로 옆 동부창고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있는, 완벽한 '문(화)세권'이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