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도시란 우리 삶의 거대한 무게

이재영 (주)청강 대표·서원대 융복합대학 교수

2025-01-30     동양일보

도시란 무엇일까?
바쁜 출근길, 화려한 야경과 네온사인, 그리고 좁은 골목골목에서 느껴지는 정취, 문득 어릴 적 도시의 야경을 보며 느꼈던 설렘이 떠오른다.
도시는 우리가 매일 숨 쉬고 살아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넘어, 사람들의 꿈과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만들어지는 거대한 무대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도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도시란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도시는 무엇일까? 먼저, 인터넷에서 네이버 사전을 뒤져봤다. 그리고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았다. 도시란,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만 말하면 너무 건조하지 않을까? 도시는 마치 거대한 생명체 같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끝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도시사회학자 루이스 워스(Louis Wirth)는 도시를 "다양성과 규모, 밀집도의 결합체"라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소자(Edward Soja)는 도시를 "인간과 환경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공간"이라고 정의하면서, 도시의 복합성을 강조했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도시는 서로 다른 배경, 문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부딪히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장소이다.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한번 떠올려 보자. 그곳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처럼 도시는 활기가 넘치는 교류의 장이 된다.
한자 '도시(都市)'라는 어원을 살펴봤다. ‘도(都)’는 황제가 거주하던 중심지, ‘시(市)’는 상업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뜻한다.
도시는 단순히 행정과 경제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핵심 공간이라는 말이다.
영어도 살펴봤다. 도시를 뜻하는 ‘city’라는 단어는 라틴어 ‘civitas’에서 유래했으며, 이것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문명’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고 한다.
결국, 도시는 인류 문명의 꽃이라 할 수 있겠다.
도시의 역사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선 중심지의 이야기다.
고대 로마는 세계 최초로 복잡한 도로망과 수도 시스템을 구축해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과 효율적인 생활을 제공했다.
덕분에 시민들은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었고, 도시 생활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 로마의 도로망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로마제국 전체를 연결하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었다.
여담이지만, 얼마전 기사에서 고고학자들이 2000년 전 로마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 폼페이의 최대규모 개인 목욕탕을 발견했다는 기사를 보고 적잖이 놀란 적이 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성곽 도시가 침략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며 요새 역할을 했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런던과 맨체스터 같은 공업도시들이 대규모 인구 유입과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19세기 말부터 도시는 세계화와 산업화의 중심이 됐고, 뉴욕과 도쿄는 교통과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경제의 허브로 떠올랐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시대를 열고 있다. 싱가포르는 효율적인 도시 관리를 통해 미래 도시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