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혈관 건강과 뇌경색
김희섭 효성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뇌경색은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뇌졸중의 한 형태이다.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발생하고,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 생기며, 이 둘을 뇌졸중이라고 한다. 뇌경색은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 생활 습관 변화 등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는 뇌경색 환자의 사례를 통해 이 질환의 위험성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55세 회사원 A 씨는 평소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진단받았고, 약물 복용을 권유받았으나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약물을 임의로 자가 중단한 후 적극적인 치료를 미루고 있었다. 그는 매일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주 3회 이상의 잦은 회식과 흡연을 지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A 씨는 갑작스럽게 왼쪽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으로 119를 통해 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증상으로 보아 뇌혈관질환을 의심할 만했고, 뇌 CT, MRI 검사 결과 우측 대뇌의 급성 뇌경색이었다. 우측 중대뇌동맥이 막힌 것도 MRI 상에서 확인되었다. 병원 도착 시간이 발병 후 2시간 이내였기에 혈전용해제인 약물(tPA)을 투여 후, 바로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였다.
다행히 빠른 병원 내원과 빠른 약물 투여로 혈관이 다시 열렸고 이후 약 2주간의 입원 치료 후 큰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 약물 치료를 시작했으며,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하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 씨의 사례는 뇌경색의 위험 요인을 방치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증상 발생 후 골든 타임 내에 치료를 받은 덕분에 심각한 후유증을 피할 수 있었던 사례이기도 하다.
뇌경색은 혈관 내벽에 쌓인 지방이 혈전을 형성하거나, 동맥경화로 인해 혈류가 차단되면서 발생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 질환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며, 흡연,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도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뇌경색의 증상은 빠르게 나타나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감각 이상, 한쪽 팔, 다리에 갑작스러운 힘 빠짐, 말이 어눌해지는 구음 장애, 시야장애 등이 관찰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빠른 처치를 위해서는 곧바로 119 신고를 통해 가까운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 골든 타임은 3~5시간 내로, 이 기간 동안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영구적인 뇌 손상이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적절한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선정하여 정기적으로 인증심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
우선 CT, MRI를 통한 조기 진단 후 뇌경색이 확인되면 혈전용해제 주사제 투여를 하고, 이후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여 막힌 뇌혈관이 계속 관찰되면, 혈관내혈전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요즘은 의학과 수술기구의 발전으로 소형화, 정밀화 되어 혈관 안으로 가느다란 미세도관을 직접 삽입하여 막힌 혈관을 직접 뚫고 재개통 시키는 기술도 발전하여 예전보다 훨씬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뇌경색은 예방 가능한 질환이지만 생활 습관 관리가 미흡하면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이상이 있으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검진 외에도 균형 잡힌 식단 유지,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 등의 방법이 있다.
뇌경색은 빠르게 대처하면 발병 전 상태로 회복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예방과 관리가 부족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A 씨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뇌경색에 대한 경각심과 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건강한 혈관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작은 생활 습관부터 개선해 나간다면 뇌경색뿐만 아니라 다른 만성 질환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