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외나무다리위 염소싸움과 상극(相剋)의 정치판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깊은 계곡에 외나무다리가 있다. 좁고 가느다란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 조심하지 않으면 발을 헛디뎌 기우뚱하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다리 아래는 거센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떨어지는 크게 다치거나 물살에 휩쓸려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염소 한 마리가 외나무다리 근처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반대편을 쳐다보니 그쪽 풀이 훨씬 더 싱싱하고 맛있어 보였다. 그래서 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외나무다리 중간쯤 갔을 때 난처한 일이 벌어졌다. 맞은편 다른 염소를 만났다. 서로 비켜 갈 수 없게 좁아서 한쪽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두 염소는 서로 먼저 건너 왔다느니, 많이 건너 왔다느니 하면서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했다. 누구도 먼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싸움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험악해졌다. 끝내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번졌다. 뿔로 들이받으며 상대방을 밀쳐내기 시작했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던 두 염소는 몸의 균형을 잃고 외나무다리 아래로 고꾸라져 버렸다. 깊은 계곡물에 풍덩 빠진 두 염소는 허우적거리며 물살에 떠내려가다 큰 바위에 부딪혀 죽고 말았다. 죽어 가면서 두 염소는 똑같은 후회를 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내가 먼저 양보하고 비켜 줄 것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염소 우화가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분야가 오늘날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가 아닐까? 정치는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경기가 아니다. 정치는 국민과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여야 하니까. 여야가 양보하고, 상대편을 존중하면 결국은 그 영향이 긍정적 결과로 국민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죽어도 양보할 수 없다며 버티고 싸워 봐야 국민만 손해를 보게 한다. 정치란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행복을 길게 봐야 한다. 명리학에서 오행은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이라는 두 가지 원리를 통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이 원리는 자연과 인간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상극이란 물이 불울 끄고, 불은 쇠를 녹이고, 쇠는 나무를 자르고, 나무는 흙의 영양분을 갈취하고, 흙은 맑은 물을 흙탕물로 만든다. 상생이란 물이 있어 나무가 자라고, 나무가 땔감으로 불을 만들며, 불은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가고, 흙은 다시 물을 품고, 물은 다시 나무를 키운다. 상극에서는 외길만 있다. 반면 상생에서는 여러 길이 생긴다. 국민들은 행복과 평화로 가는 여러 갈래의 길을 원한다. 상생의 길은 존재의 이유, 성찰과 반성, 경청과 대화에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분노하라, 투쟁하라.’라는 말을 이제는 ‘우리 함께 풀어가 보자.’로 바꿔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나라의 병통을 치유하는 황금률을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 하였다. 서로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고 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많이 아프다. 아니 중환자 처지이다. 오늘날 여의도 정치는 오로지 내 몫만 챙기는 상극의 정치를 하다 보니 여야 모두 분열의 씨앗만 뿌리고 있다. 왜 이런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 정치인들이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한다는 게 진심일까?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 차리라고! 나라의 국격이 떨어지고, 경제가 망해 가는데 왜 저럴까싶다. 우리네 삶도, 인간관계도 상극이 아닌 상생으로 행복을 누려야 한다. 하물며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이야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상생(相生)의 정치가 아니라 상극(相剋)의 정치는 서로의 공멸을 초래할 것이다. 여야 모두 상생의 정치를 복원 하려면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생의 정신을 기반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의 가짜 정치가 아닌 내가 발 딛고 있는 공간에서의 진짜 정치, 서로의 투쟁이 아닌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진짜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대의 민주주의가 결단하지 못하고, 합의하지 못하고 사회의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할 때, 사회적 격차와 불안이 더욱 심해지고 공동체가 파괴될 것이다. 미국 제 16대 대통령 ‘링컨’이 오늘날 한국 정치현실을 본다면 이말을 명심하라 할 것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게티즈버그 연설의 상징적인 구절로 남아 있는 말이다. 여야정치인들이여! 제발 상생(相生)의 정치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다시금 빛나게 하소서! 하루 빨리, 하루 속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