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주장/예고된 참극..대전교육청은 뭐했나

2025-02-13     동양일보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같은 참사가 학교 안에서 벌어진 것도 문제인데, 여러 번의 위험 징후에도 이에 대처할 제대로된 메뉴얼이 없어 참사를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위험 교사에 대한 정교한 관리나 대책이 부실해 학생들을 사실상 위험에 내던져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8살 김하늘 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했던 여교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사건 직전에도 6개월 질병 휴직 후 20여일 만에 복직한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범행 나흘 전에도 폭력적인 행동으로 동료 교사들과 몸싸움을 벌였지만, 이와 관련한 조처 요구에도 대전시교육청이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아 교육 당국의 교원 관리가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전시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하늘 양을 살해한 40대 여교사는 정신질환으로 지난해 12월 9일 6개월 휴직에 들어갔다가 연말께 돌연 복직했다. 이 여교사는 이전에도 정신질환 등을 사유로 병가를 여러 차례 반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여교사의 휴직 이유인 정신질환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 당국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복직해 업무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해당 초등학교 안팎에서 가해 여교사가 동료를 상대로 또는 수업 중에 수시로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전시교육청은 그동안 가해 여교사가 개인적으로 받은 의료기관의 진단서와 의사 소견서만 제출하면 사실상 교사의 휴·복직을 제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적어도 교육 당국 차원에서 교사로서 복직이 가능한지를 확인했어야 하지만,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진다. 실제 대전시교육청은 2015년 9월부터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운영해왔으나, 2021년 이후론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할 수 없는 교사가 있으면 대전시교육청 주관으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 의료와 법률 전문가 소견 등을 종합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면 최대 직권면직 조치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장치의 실효성이다. 사건이 발생한 대전만 보더라도 이상행동의 수위가 살인에까지 이를 정도로 심각한 교사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 건으로 질환교원심의위가 소집된 적이 없다. 교사가 재직 중인 학교의 관리자, 일선 교육청 담당자 등 관련자 전부 혹은 일부가 판단과 결정, 책임을 미루는 사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다고 봐야 한다.
대전시교육청의 이 같은 무대응·무대책이 여러 가지의 위험 징후들을 보였던 여교사의 참혹한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 교육계에선 지난 6일 해당 교사가 웅크리고 앉아있던 자신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한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난동을 부린 걸 계기로 학교 측이 시 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참극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면서 이참에 전면 재정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 학교다. 학생들이 범죄 대상이 된다면 어떻게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맡기겠는가. 교육 당국은 사고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