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환의 시대와 돌봄 경제 2
이재영 증평군수
돌봄은 삶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일이지만 전통적으로 집안 여성의 몫이라고 치부되면서 그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왔다. 더욱이 노동을 몸을 움직여 일한다는 사전적 의미와 재화를 창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적자원과 그에 따르는 인간 활동으로 규정하면 돌봄과 같은 요소는 전통적 관념의 노동에서 비켜난 개념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 개념이 전환되는 시대를 맞아, 무형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정동 자본에 의하는 과정과 활동들을 노동의 개념으로 접근하자는 논의가 이뤄지면서 무형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지적인 활동과 시혜적인 작동 등 여러 가지가 노동으로 재정의되고 돌봄도 노동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한 봉사나 헌신이 아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필수적인 일자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돌봄의 분야가 경제로 귀결지어지는 사회가 됐다. 실제로 2017년 국제노동연맹(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ITUC)에 따르면, 돌봄 경제의 일자리 창출은 다른 기반투자와 비교해 더 효과적이며, 건설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 보다 30% 이상 높다고 한다.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돌봄 분야 일자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증평군은 돌봄을 공공과 지역사회 공동체가 함께 부담하는 형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돌봄 정책을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행복돌봄과’를 신설해 돌봄 정책을 단편적인 지원이 아닌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추진하고, 보다 정밀하고 실질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송산 휴먼시아 1단지 내 ‘행복 돌봄 나눔터’는 세대 간 돌봄 공동체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는 1층의 경로당 어르신들이 2층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을 돌보며 자연스러운 세대 간 교류를 실천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단순한 보호 역할을 넘어, 직접 조를 짜서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전통 방식으로 메주를 쑤어 간장과 고추장 등 건강한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는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또 퇴직한 교사와 전문가들이 수학, 영어, 일본어 등을 재능 기부하며, 교재까지 직접 구매해가며 교육을 지원하는 등 공동체 중심의 돌봄 모델이 정착되고 있다.
이곳은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공휴일과 주말에도 운영된다. 부모가 출장 등으로 돌봄이 어려운 경우, 아이들을 직접 돌보고 재우며 학교에 보내는 등 실질적인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지역 내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실질적인 맞춤형 돌봄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증평군은 단순한 돌봄 제공을 넘어, ‘스마트 돌봄’과 창의성을 키우는 돌봄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임산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아이들이 있는 곳이 곧 돌봄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정과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돌봄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