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의 내재율을 취하고 있는 귀향의 시어들”
김은자 시인, 시집 “그해 여름까지가 수선화” 출간
눈물이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등짝에 칼을 꽂고 도망간 시간을 수배하는 여름꽃을 가을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 불그레한 은유 속에 나를 가두는 것이다 안다 나는 안다 가지가 뿌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시간도 결국 바람에 종속되는 속절없는 연유를 그러니 뿌리여, 속죄하게 하라 바람이여, 역류하게 하라 나는 애증의 감옥에 사는 죄수
빙의하게 하라
-「뿌리여, 바람이여, 감옥이여」 부분
나의 이름은 재외,
사람들은 나를 재외라고 부르지
혀가 짧아 제외除外를 재외在外로 발음한 것이
이름으로 굳었을 뿐이지
익숙해지겠지
풀꽃 같은 우리의 제목은 제외,
성스러운 구분이지
재외를 즐기는 이들은 제외를 모르면서 웃지만
먼지가 되지
비장을 건드리는 날이면
마른 나뭇잎처럼 바스러지면서
송 오브 러브
재외在外가 되지
-「제외가 재외처럼 울 때」 부분
김은자 시인의 시집 “그해 여름까지가 수선화”가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사진> 이번 시집은 1부 소리의 앞 고름을 풀다, 2부 틈에서 소리를 건지다, 3부 불손한 바이링구얼, 4부 여섯 개의 촛불에 불을 댕기며, 5부 화가의 정원으로 구성됐다.
이성하(중앙대 교수) 시인은 “시카고를 주름잡았던 알 카포네 같은 인물은 눈물의 무게를 모르겠지만 미국 땅으로 이민 가서 둥지를 튼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이야기보따리를 갖고 있지 싶다. 친구들, 이웃들의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하나하나 들려줄 사람은 김은자 시인”이라며 “이민은 탈주였을 수 있다 하지만 “탈주의 내재율”을 취함으로써 김은자는 김은자 시인이 되어 귀향한 셈”이라고 소개했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쥐려 하면 도망가고/ 놓아주려 하면 끌어안는/ 소리와 침묵 사이/ 간극과 간격 사이/ 긴밀함과 느슨함 사이/ 작게 태어난 / 고독의 질문들/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한다.
김은자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1982년 도미, 현재 뉴저지 에머슨에 거주하고 있다. 2004년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4년 시문학 등단. 2015년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윤동주 해외동포문학상 △1회 해외풀꽃시인상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당선 △환태평양 기독영화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외발노루의 춤』, 『붉은 작업실』, 『비대칭으로 말하기』(세종우수도서 선정), 『그해 여름까지가 수선화』가 있고 산문집으로는 슬픔은 발끝부터 물들어 온다가 있다. 미주중앙일보 <문학산책> 칼럼 연재. 뉴욕일보 시칼럼 <시와인생> 연재. 뉴욕 1660 K 라디오 문학프로 ‘시쿵’, ‘행복한 문학’을 진행한다. 재외동포문학상 심사위원 역임하고 붉작문학교실 강사. 뉴저지 AWCA 시창작교실 강사로 일했다. 현재 뉴욕 붉은작업실 문학회 회장. 미주시낭송문화예술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