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율곡이 화양동 선유동 쌍곡을 찾지 않는 이유 (87) - 이명배의 창암구곡가 2
이상주 전 중원대교수
첫째,이명배(李命培1672~1736)의 〈창암구곡〉제3곡은 “송진어부(松津漁父)소나무가 늘어서있는 나루의 어부”다.삼곡송진상조선(三曲松津上釣船),삼곡이라 송진의 강물 위에 낚시배 띄우고, 생애부수기하년(生涯付水幾何年).물과 더불어 살아온 생애 그 몇 해던고?서암야숙수륜좌(西巖夜宿垂綸坐),서쪽 바위에서 밤에 잠자며 낚시줄 드리고 앉아있으니,풍우고사감가련(風雨孤簑堪可憐).비바람 맞으며 도롱이 입은 사람 가련하다.3~4구는 여상(呂尙)인 강태공이 위수(渭水)물가 반계(磻溪)에서 낚시하다가 주(周)나라 문왕을 만나 태사(太師)로 발탁된 고사를 차용했다.권력욕 없이 산수를 벗삼아 고고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동경과 예찬이다.
둘째,4곡은“경양석대(景陽石臺) 돌로 이루어진 경양대”다.사곡창병요석암(四曲蒼屛繞石巖),사곡이라 창병은 바위를 둘러싸고,경양대반초람삼(景陽臺畔草).경양대주변에 풀이 무성하네.등림변약정궁좌(登臨便若晶宮坐),올라보니 문득 수정궁에 앉아있는 것 같고,하유천심벽옥담(下有千尋碧玉潭).대 아래에 천 길되는 벽옥담이 있네.“수정궁은 맑고 깨끗한 청정구역, 벽옥은 포르스름한 물빛”의 비유이니, 시의 수준이 높다.
셋째,제5곡은 “상포범장(上浦帆檣)윗나루에 떠있는 돛단배”다.오곡진문상포심(五曲津門上浦深),오곡이라 나루 위쪽 포구가 깊숙한데,여염의수호송림(閭閻依水護松林).물가의 여염집이 소나무 숲에 둘러싸였네.남장북즙분분취(南檣北楫紛紛聚),남쪽의 돛단배 북쪽의 노젖는 배 어지럽게 모여드는데,총시부가사리심(摠是浮家射利心).모든 집들이 이익되는 마음을 쏘네. 상업유통의 이득과 경제의 중요성이 증대돼가는 인정세태를 주목했다.
넷째,제6곡은 “상봉대오(翔鳳臺梧)상봉대의 벽오동”이다. 육곡배회상봉만(六曲徘徊翔鳳灣),육곡이라 상봉의 물굽이를 어슬렁거리니,벽오동수엄강관(碧梧桐樹掩江關.벽오동이 강의 입구를 가리고 있네.객래의도청음하(客來倚棹淸陰下),손님이 찾아와 맑은 그늘아래 노에 기대있는데,봉조불래춘의한(鳳鳥不來春意閒).봉황은 오지 않고 봄기운은 한가롭네. 경북 안동시 풍천면 광덕리 487번지 상봉정(翔鳳亭)으로 류성룡(柳成龍)이 봉이 하늘을 나는 형국이라 예찬했다한다. 이곳이 신령한 곳임을 강조했다.
다섯째,제7곡은 “도홍명사(渡鴻明沙)맑은 모래 위에 날아와 앉은 기러기”다.칠곡명사호벽탄(七曲明沙護碧灘),칠곡이라 맑은 모래밭이 푸른 여울을 감싸는데,도홍하처식모간(渡鴻何處拭眸看).기러기 어느 곳에서 날아오나 눈비비고 바라보네. 종소불견홍서지(終宵不見鴻書至),밤새도록 좋은 소식은 오지 않는데,지유강성월색한(只有江聲月色寒).다만 강물소리 들리고 달빛만 산뜻하네. 희소식의 전령인 기러기가 오지 않아도, 강물소리와 달빛이 희소식이다.
여섯째,제8곡은 “용화수색(龍華秀色)용화산의 빼어나 경치[物色]”이다.팔곡용화수색개(八曲龍華秀色開),팔곡이라 용화산의 빼어난 물색 펼쳐지고,청송은은경성회(靑松隱隱磬聲回).푸른 소나무 은은하고 풍경소리 돌아가네.당년한려동범록(當年寒旅同帆錄),당년 겨울 여행한 사람들 명단 동범록(同帆錄)에 실려있으며,잉사유분습후래(剩使遺芬襲後來).남은 향기 옷에 스며들게 하네.용화산은 경남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에 있다. 이곳은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며 창녕과 함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용화세계를 염원하는 절이 있었던 듯하다.〈동범록〉에 1770년 배에 동승한 사람들의 성명을 수록했는데, 암송하여 잊지말라고 시에 강조했다.
일곱째,제9곡은“합강고행(合江孤杏)합수머리에 외따로 서있는 은행나무”이다.구곡서주경요연(九曲西洲境窈然),구곡이라 서쪽 물가의 경치 그윽하고,합강관령호산천(合江筦領好山川).합강이 완연 산천을 좋아하게 만드네.간옹당일장수지(澗翁當日藏修地),간옹은 당일 이 땅에 은둔하여 수양했으며, 행수의의수동천(杏樹依依守洞天).은행나무 의연하게 동천을 지키네.동천과 구곡(九曲)은 신선의 세계이다.행단(杏壇)은 중국 산동성 곡부현 공자묘(孔子廟)의 대성전앞에 있다. 조선시대에 성균관앞에 행단을 상징하는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성균관대학교에 남아있다.공자의 학문을 계승했다는 뜻이다.
여덟째, 대개 구곡 9개 곡(曲)의 명칭은 세 글자요, 팔경(八景) 8개의 명칭은 네 글자다. 〈창암구곡〉9개 곡의 명칭은 4자이다. 이명배는 자신이 팔경도 숙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 9개 곡의 명칭을 4자로 지은 것 같다. 이명배는 선변(善變)의 달인이자 온고지신의 선구자다.“유학을 공부하면 창의력의 선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