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의료 갈등 해소
김택 중원대 교수
의료단체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문제로 갈등을 겪었고 양쪽이 팽팽하게 대치하다가 결국 한 해를 넘겼다. 대학들도 새 학기가 되었지만, 전국 의과대는 강의를 하지 않고 있고 학생들도 학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의대 정원 2천 여 명을 증원하겠다고 강제적으로 밀고 나갔다. 이 과정에 의대나 의사들의 의견은 수용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정한 것이고 의사들은 이에 반발하여 파업한 것이다. 이제 와서 누굴 탓하고 누굴 원망하겠는가? 이것을 밀어붙인 대통령을 비난할 수 만은 없다. 처음에 의대 정원 확대가 국민의 호응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의사들이나 의대에서 내년 의대 모집 증원에 관해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한발 후퇴하며 백기를 든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이나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혼란 불편을 겪었던가. 이제 양쪽은 화해하고 새로운 협상을 해야 한다. 의대 정원은 대학에 맡기고 정부는 새로운 의료 개혁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제는 의료서비스 파국을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의대와 의사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의 완전한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나 휴학한 의대생들은 허송세월하며 자기들이 이긴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들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말고 기존처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만약 증원한다면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막무가내식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의사들은 파업을 거듭하고 있고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학병원들의 응급실이 제한되거나 마비되어 응급환자 가족들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 긴급 응급환자들이 이병원 저병원 돌며 응급을 거부당하는 이른바 뺑뺑이로 사망에 이르는 사태도 발생했다. 응급 중환자들을 진료 거부하는 행태는 의사 윤리에 반하는 행태이고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처신하고 있다. 그렇다고 의사들의 행태만 비난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대형 병원 응급실의 구조적 문제는 처우 문제라고 한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대우 문제가 피부과나 안과 성형외과에 뒤떨어져 있어서 기피 부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들의 연봉은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데 이는 수십 년간 의대 정원이 늘어나지 않아 의사들의 수입은 늘어났고 자기들만 호의호식하고 기득권을 유지하였다고 보인다. 그러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 개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사들도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 개혁 서비스에 반대만 하지 말고 응답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병원들이 서울에 몰려 있어서 화급을 다투는 급병이 발병하면 119 서비스나 긴급호송차를 이용하기가 여간 불편하고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시민이나 환자들의 편협된 인식 속에 지방병원은 낙후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주민을 살리는 병원 응급 서비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본다. 둘째, 보건복지부는 응급의학,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기피 진료과는 의료수가를 대폭 인상하여 의사들이 기피과에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지역의대를 신설하여 지방 의료서비스를 창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충북 괴산이나 단양 옥천 보은 등은 한번 아프면 대학병원까지 가려면 2시간이나 걸려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응급병원에 가다가 죽는 꼴이다. 공공지역의대를 만들아 공공 지역병원과 응급병원을 개설하여 지역주민들의 의료서비스를 강화하여야 한다.
셋째, 의대 정원 확대가 의사들의 반대가 심하여 의료정책이 후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칭 ‘국군 의료 사관 대학’을 만들어 배출되는 군의관을 공공지역병원 응급실에 응급의사로 의무 복무토록 한다면 응급실의 빈 공간을 메꿀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다투는 응급실에 파업이 발생하지 않고 응급이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생산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섯째, 외국인 의사들의 수입 규제를 풀어 실력만 있으면 한국에서도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 외국인의 의사 면허증이 상호주의에 호환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수립해야 한다. 의대 증원정책은 의사들의 반대로 수포로 가고 있지만, 이번 기회로 지역 공공의대 설립, 국군의료대학 신설, 외국인 의사 수용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의사들만의 이익을 위한 조직 카르텔을 견고하게 성을 쌓는다면 국민은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투쟁하고 장난쳐서는 어떤 지지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다행히도 최근 국회는 ‘의료 인력수급 추계 위’를 구성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의사들 요구대로 보건의료 단체들이 추천하는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한 법안이라고 하는데. 이번 기회로 정부와 의사단체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미래 한국 의료 개혁 청사진을 반드시 제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