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행정 지명의 혼란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세계에서 수도를 특별시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고 한다. 유사한 명칭으로 중국의 직할시, 북한의 개성특별시가 있을 뿐이다. 서울특별시 하나가 있을 때만 해도 서울과 지방의 차별감 때문인지 서울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서울의 인구 집중은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서울에서 사는 사람은 특별하다는 인식이 더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나라가 발전한 덕분인지 아니면 선거제도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행정 지명에서 특별이라는 말이 너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특별시 외에도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 등 수많은 특별한 지역이 생겼으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거기다가 특례시까지 우후죽순 늘어나서 앞으로는 모든 행정 지명에 ‘특별’이라는 글자가 붙지 않을까, 나라 이름도 대한특별민국이라 부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지명이란 지리적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요 행정 지명은 지리적 위치와 함께 도시의 규모에 따라 일관성 있는 명칭을 부여해야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인데 굳이 '특별'이라는 이름을 써서 위화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나라의 행정 구역 명칭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로 크게 나누어진다. 광역자치단체란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로 나누어지는데 그 체계가 일관성이 없이 너무 난립되고 구별이 모호하여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기초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를 세분화하여 ‘시-구-동’, 또는 ‘도-군-면–리’, ‘도-군-읍-리’, ‘도-시-동’으로 다양하게 나누어지는데 2022년도에는 특례시라는 명칭이 또 생겨났다. 특례시는 인구가 100만명 이상인 대도시로서 도에 소속되어 있으며 일부 독립적인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따라서 특례시는 정식 행정 지명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역의 홍보를 위해 특례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시에 위화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례시의 이름을 사용하는 시가 이제 용인특례시, 수원특례시, 고양특례시, 화성특례시, 창원특례시 등 5 지역으로 늘어났는데 그중 4 개의 시가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어서 역시 지역적으로 위화감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행정 지명 체계는 조선 시대에 시작된 것이지만 멀리 보면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군현제도를 받아들여 우리식으로 바꾼 게 시작이라고 할 수가 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북한지역을 제외한 남한 지역을 서울특별시와 지방 8도로 구분한 이후 도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자치제로 기능하는 직할시가 분화되더니 1995년에 직할시가 광역시로 바뀌면서 부산, 인천, 대전, 광주, 울산 등이 광역시가 되었고, 2006년에 세종특별자치시가 생겨나면서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바꾸는 등 기존의 도단위 자치단체에 ‘특별’이라는 명칭이 남발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크게 발전하고 생활 방식도 크게 변화하면서 행정 구역도 계속해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행정 구역 체계를 흔드는 지명 변경은 가급적 지양함으로써 국민들의 혼란과 위화감을 줄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특별자치시나 특별자치도, 특례시 등에는 나름대로 특별함이 있어서 지방자치법상의 특례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지역마다 나름대로 특별한 사정과 환경과 특성이 있는 것이므로 재정이나, 자치권 등에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그치고 행정 지명의 변경은 최소화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