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최영락 의사농부·온유한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일상을 잃은 사람들에게 폐쇄병동, 장기입원은 또 다른 박탈
충북 최초 ‘낮 병원’ 만들어 공동생활로 환자 일상 복귀 도와
사유지에 텃밭, 농장, 기관 들여 환자 재활 공간으로 제공

2025-03-30     박현진 기자
▲최영락 온유한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같이 얘기하고, 밥 먹고, 시장 가고, 영화 보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지를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정신질환으로 일상을 잃은 사람들을 폐쇄병동에 고립시키고 장기 입원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박탈이에요. 그들이 직업재활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충북 최초로 정신의학과 개원병원에 ‘낮 병원’이 생겼다. 병상과 입원실 대신 만들어진 널찍한 공간에서 20여 명의 환자들이 함께 모여 대화도 나누고, 직접 커피도 볶아 내려 마시며 텃밭과 농장으로 나가 먹거리도 키운다.

대부분 폐쇄병동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더 이상의 고립을 거부하고 공동생활을 통한 사회복귀를 꿈꾸게 하는 사람, ‘의사농부’ 최영락(53·청주 흥덕구 복대로 186. 5층) 온유한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다.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의학과 흙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농사가 무관치 않으니 ‘모든 것은 정원에서 출발했다’는 그의 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최 원장은 1973년 충주댐 건설(1985년)로 수몰된 제천시 청풍면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고향과 산골마을의 추억을 잃은 그를 달래준 유일한 위로는 청주시 미원면에 새 터전을 잡은 부친의 양봉장이었다. 그곳에서 주변에 심어놓은 호박, 채소에 집된장을 풀어 대충 끓인 아버지와의 한끼 식사였다.

그가 충북대 의대와 동대학원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청주의료원 재직 중 청주시정신보건센터에 파견돼 전국 유일 상근센터장으로 근무하며 경찰, 소방서와 함께 자해, 타해 위험을 가진 400여명의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수암골하늘정원’을 만든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피난민 정착지였던 수암골의 오래된 무허가 건축물 4개동을 매입하고 그 자리에 정원 가꾸기와 텃밭 농사 등 정신 장애인 재활치료를 위한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9년 전 보건복지부 최초 정신건강 사회적협동조합 ‘마음사랑’을 출범시키고 2018년 현재의 ‘온유한 정신과의원’을 개원했다.

 

최 원장은 이때를 더 큰 꿈을 꾸게 된 계기로 보고 있다.

“개원하자마자 지역의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 80여 곳에서 협약을 제의해 왔고 그로 인해 수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며 “그렇게 받은 큰 도움을 장애 이웃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재활을 돕는 것으로 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에 2021년 상당구 미원면 2500여평 사유지에 농업회사법인 ㈜온유한농장을 설립, 낮병원과 자활센터 입소자들이 버섯과 야채 재배를 통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3년에는 주중동 개인 전원주택을 ‘대미안’이라 이름 짓고 직업재활을 위한 훈련장과 쉼터로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내줬다.

‘형편대로 살자’가 좌우명이라는 그는 “받은 만큼 내어주고 사는 게 나의 형편”이라면서도 “환자를 살리는 게 나도 사는 길이고, 내놓으면 더 많이 들어온다는 것을 안다. 농장 또한 내게도 힐링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거지, 싫으면 못한다”고 ‘쿨하게’ 웃는다.

 

하지만 공무원인 아내(50)와의 사이에 3녀 1남을 둔 그는 요즘 중1 막내아들에게 매일 혼나고 있다.

대학생 딸 셋 학비도 버거운데 ‘아들 용돈 7만원 많다’고 했다가 아들은 물론 아내에게까지 ‘애들 생계 위협하지 말라’고 혼났다는 것이다.

그는 “그럴 때면 한동안 ‘아양’을 떤다”며 “나처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살려는 사람들은 집에서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한다”고 ‘삶의 지혜’를 전한다.

농장의 생산물을 제조, 가공, 서비스까지 가능한 3차 산업으로 키워 정신질환, 지적·발달장애우들을 위한 직업재활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사농부’의 꿈은 그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