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율곡이 화양동 선유동 쌍곡을 찾지 않는 이유 (88) 김노규의 두만강구곡시(豆滿江九曲詩) 1
이상주 전 중원대교수
첫째, “시대에 충성하라”자기가 사는 시대의 사명에 충성을 다한 한 사람을 찾아냈다. 김노규(金魯奎 1845~1904)다. 그는 조선말 1905년 을사늑약이전의 국내외정세를 민첩하게 선각적으로 인식하고, 당시 현실에 당면한 절체절명의 사안을 압축해서 〈두만강구곡잡영(豆滿江九曲雜詠)〉에 담았다. 그 시대의 실상과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새로 찾아내 처음 소개한다. 최초가 창의다.
둘째, 김노규는 왜 〈두만강구곡잡영〉을 지었을까? 지금 중국은 우리나라를 속국화하려고 끊임없이 공작하고 있으며, 고구려를 중국 지방정권으로 보고, 고구려와 당나라의 전쟁을 통일전쟁이라 규정하고, 동북공정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을 무력공산통일하기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했으며, 남한에 뿌리내린 종북조직을 동원하여 적화통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항상 유비무환을 잊지말자. 김노규는 당시 청나라와의 두만강유역의 국경문제와 국방시설 등, 지금 우리가 직면한 정세와 유사한 상황을 직시하고, 우리가 꼭 염두해야할 내용을 〈두만강구곡잡영〉에 피력했다.
셋째, 〈두만강구곡잡영〉의 구곡(九曲)이라는 용어는 주자(1130~1200)의 〈무이구곡도가(武夷九曲櫂歌)〉를 온고지신했다. 김노규의 글과 시를 읽어보면, 그도 여느 유학자처럼 유학과 주자학을 신봉했으며, 그의 일상생활과 학문, 문학에 실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잡영”은 잡스럽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가지 내용을 읊은 시라는 말이다. 김노규는 당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9가지를 담았다.
넷째,김노규는 두만강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면서 국경방어상 요충지와 그에 관련된 역사와 국방시설을 구축한 공로가 있는 인물, 그 일대에 거주활약한 인물들에 대해 간단히 주를 붙였다. 문헌을 검색하여 그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의 행적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애향애국심과 국경의식을 공고히하는 차원에서 읽어주기 바란다. “국가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국가가 있다. 국가가 우선이다. 오늘의 이스라엘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자.”
다섯째, 김노규는 자신의 생각을 시에 전개했다.“〈재거팔유음(齋居八有吟) 丁亥七月初八日. 나의 집에 머물면서 여덟 가지를 읊음, 1887년 7월 초8일 지음〉”이다. 공자(孔子)는 40세를 불혹(不惑)이라 했으니, 김노규도 그의 철학과 학문관을 정립실천할 나이가 넘었다. 총 8수이다. 제1수를 보자. “自吾齋上有吾天,浩浩蒼蒼日月懸.亙古大明均萬國, 帝臨無貳鑑照然. 절로 나의 집에는 위로는 나의 하늘이 있는데,호호창창한 해와 달이 떠 있네.오래되고 큰 명(明)나라가 만국을 균등하게 하고,황제가 임하니 둘이 아니며 거울처럼 환하게 빛나네.” 위 시에서 보듯이 김노규는 조선시대 대개의 유학자들처럼 명나라를 중시하는 천하관(天下觀)을 견지했다.
여섯 째, 제2수이다.“自吾齋下有吾坤,靈毓山川一氣元.何事神州沉陸久,尊周地脉孔州原. 절로 나의 집에는 아래로 나의 땅에 있으니, 신령이 산천에 하나의 기를 으뜸으로 길렸네. 어떤 일로 신주(神州:명나라)가 망한지 오래되었으며, 주나라를 존중하는 지맥이 고을의 언덕에서 없어지게됐나.” 1~2구에서 김노규는 자신의 집이 신령이 산천을 만들고 하나의 기(氣)가 으뜸이라고 자부했다. 3~4구에서 명나라의 멸망과 주(周)나라 문물의 쇠퇴를 아쉬워했다. 한족(漢族) 중심의 세계관이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청나라시대인데도, 명나라를 숭상하는 것은 그 시대 유학자들의 보편적 사고였다.
일곱째, 다음 5수에서 그의 학문자세와 학통을 알 수 있다. “自吾齋内有吾師, 聖哲洋洋格度思. 夜對孤燈明一點,華陽書策武夷詩. 절로 나의 집에는 안으로 나의 스승이 있으니, 성인과 철인의 넓고넓은 격도가 있는 사상이라네. 밤이면 외롭게 등불 하나 밝히고, 화양서책과 무이구곡시를 읽네.” 김노규는 성인과 철인의 격도높은 사상을 공부했다. 화양서책은 우암 송시열(宋時烈1607~1689)이 지은 책이다. 무이시(武夷詩)는 주자가 지은 무이구곡시(武夷九曲詩)다.
여덟 째, 지금 한국은 객관합리, 공리공익, 자타공존, 선공후사, 화합단결,양보조율보다는, 묵살아집, 이기독선, 사익작당, 선전선동, 중상모략, 유언비어[가짜뉴스], 이간분열, 비방투쟁이 심하다. “김노규는 유학과 주자학에 중독되어 자기시대와 사상에 일평생 충성했다.” “사상은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