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농업과 AI의 연결고리, 정보화 농업인

이동근 충북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2025-04-08     김민환 기자
▲ 이동근 연구사

변화에는 언제나 저항이 따른다.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적용하기까지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바꾸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농업’이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만의 방식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내려놓고, 처음 접하는 신기술이나 신품종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누군가의 도전과 성공 사례가 된 선도 농가의 우수 모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그게 뭔데 그래?”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 농업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도전적이고 변화의 물꼬를 트는 선도 농가는 누구일까? 흔히 청년 농업인을 먼저 떠올리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선도 농가는 나이가 아니라, 정보를 얼마나 접하고 받아들이며 실천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각종 교육에 꾸준히 참여하고, 작목반 모임에 얼굴을 자주 비추며, 본인 밭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선도 농가다.
이런 특징은 동네 농약방에 가면 잘 나타난다. 사랑방 아랫목에 사람이 모이듯, 동네를 오가다 농약방에 들러 커피도 한 잔하고, 주인처럼 자리에 눌러앉아 손님을 대신 맞이하기도 하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농사 얘기를 주고받는다. 무엇이 이들을 선도 농가로 이끌었을까? 그 이유는 단 하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의 농사 방법이 맞는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지, 그 끊임없는 궁금함이 이들을 성장시킨다.
이러한 호기심은 농업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인공지능(AI)과도 맞닿아 있다. AI 확산의 대표적 사례로는 단연 ‘챗GPT’가 손꼽힌다. 2022년 11월에 공개된 챗GPT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까지 불러왔다. 일부는 그것을 외면하거나 마지못해 몇 번 사용해 본 경험에 그쳤지만,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비용을 들여 AI 앱을 구독하고, ‘자기 비서’처럼 적극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바로 선도 지식인이자 변화에 가장 먼저 적응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사람들은 다시 말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게 될 것이며, 결국 사용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거라고.”
그렇다면 전통적인 농업과 혁신적인 AI, 이 둘을 과연 누가 연결할 수 있을까? 농사도 잘 짓고, 정보통신 기술도 능숙하게 다루며,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농업인, 그런 성공적인 모델이 필요한 지금이다.
때마침 농업과 AI, 그 가운데에 있는 농업인이 있다. 바로 정보화 농업인이다. 정보화 농업인은 19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가상의 사랑방에서 농사 정보를 주고받고, 농사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하며,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한 선도 농가였다. 지금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디어크리에이터 활동이나 라이브커머스 판매 등 농가경영의 정보화를 실현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이제는 농업 기술의 정보화로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농업의 AI 활용은 빠르게 현실로 접목되고 있다. 스마트팜을 활용한 농업은 어느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적 관리모델을 개발하여 농가에 실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머지않아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현장의 문제점을 AI가 해결하는 데 주축이 될 것이다. 농업과 AI를 연결하는 길을 먼저 걸어갈 수 있는 선도 농가, 바로 정보화 농업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