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프리즘/ 53회 보건의 날을 맞아

의정사태 해결의 시발점을 기대하며
한찬오 충북도 보건정책과장

2025-04-08     동양일보
▲ 한찬오 충북도 보건정책과장

“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 사태가 끝날 것 같습니까”
작년 2월 의사단체가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시작된 보건의료재난 상황이 그해 3월까지 이어지면서 사태 장기화가 거론될 즈음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다.
“ 4월 7일 보건의 날 전후로 해서 정리되었으면 합니다 ”
내심 그 정도면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 나름 내 희망을 담은 예측이었다. 그러나 보건의료재난 ‘심각’ 단계는 보건의 날을 지나 이어져 기념식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어느덧 한 해를 훌쩍 넘겨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아프면 큰일 난다’, ‘아프지 말자.’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습관처럼 돼버렸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건강한 삶을 누리는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
수술이 늦어지면 늦어지는 대로 응급실이 문을 닫으면 닫는 대로 의료이용에 제한을 겪으면서도 정부와 도의 의료정책을 잘 따라주시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시는 도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충북도는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응급실 장비와 인건비 지원, 의료인력 파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어서 도민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는 현실이다.
충북도 보건의료정책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써 도민들께 늘 송구한 마음이다.
지역의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과 궁리를 거듭하고 각종 시책을 마련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좌초되기 일쑤다.
어렵사리 재원을 마련하고 병원의 도움을 끌어내지만, 마지막 순간에 의사를 구하지 못해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닥터헬기를 도입하려 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고 안정적인 출산 육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지만, 산부인과 병원이 부족하다.
심장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심혈관 질환 시술․수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지역에서 품귀현상까지 발생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우리 지역에서 의사 구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고 치료 가능 사망률, 영아사망률, 자살사망률 등 의료환경지표는 전국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이같이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 선행조건이 충분한 의사 인력 확보이고 의대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건의 날’이 돌아왔다.
올해 ‘53회 보건의 날’은 모든 보건의료 종사자가 국민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날이 됐으면 한다. 코로나19 펜데믹 시기 희생과 헌신으로 현장을 지켰던 그 마음이면 이 사태도 머지않아 함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다시 한번 예측해본다. 아니 간절히 희망한다.
“올해 보건의 날을 기점으로 실타래처럼 얽혔던 혼란스러운 상황이 풀리기 시작하여 우리 충북에서도 어느 지역에 살든 병원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