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봄나물!! 안전한 섭취로 식중독을 예방하자
변복림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감염병대응1팀장
요즘 주말에 시골에 가면 시골 논과 밭에 허리춤에는 하얀 비닐을 앞치마 삼아 두르고 모자와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을 한 뒤 지팡이를 짚고 고개를 숙이고 걸으면서 봄나물을 뜯으러 다니는, 도시 사람인지 시골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보인다.
냉이는 이제 끝물이고 쑥과 원추리 싹이 올라온다. 연이어 두릅, 고사리, 다래순, 미나리, 뽕잎, 쑥부쟁이, 봄동, 씀바귀 등 갖가지 나물들이 계속 연이어 나와서 우리들의 입맛을 돋울 예정이다.
필자도 주말마다 시골에 가면 친정엄마가 이름 모를 봄나물을 한 소쿠리씩 뜯어주신다.
몇 년 전 시골에서 받아온 봄나물을 종류별로 나눈 후 두릅하고 약간 길고 좁은 선형의 풀잎처럼 생긴 봄나물부터 데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추리였다.
필자는 평소 두릅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였는데 풀잎 모양의 봄나물을 초장에 찍어서 먹은 순간, 와우, 세상에 이렇게 맛있을 수가! 두릅은 맛있는 게 아니었다.
너무 맛있어서 가족들은 주지도 못하고 그 즉시 혼자 다 먹어버렸다. 문제는 다음날 생겼다. 아침부터 배가 살살 아프더니 설사를 하는데 대장내시경 하기 전 검진약을 먹고 나오는 설사증세였다.
어제 먹은 봄나물이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봄나물이 문제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날 오전동안 계속 설사를 하다가 멈춘 후 흰죽을 쑤어 먹으면서 속을 달랜 경험이 있다. 나중에 엄마한테 가서 나물 이름을 여쭤보고 원추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검색을 해보니 어린싹은 먹어도 되는데 성장할수록 콜히친이라는 독성분이 강해지므로 어린순만 섭취해야 하고,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차가운 물에 2시간 이상 담근 다음 조리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그날 데친 원추리를 물에 담가 독성도 안빼고 데친 후 그 즉시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 이후 필자는 원추리는 절대 먹지 않는다.
샐러드처럼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가 있는 반면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는 채소들도 많다. 두릅, 다래순, 고사리 등은 미량의 독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서 독성분을 제거한 후 섭취해야 한다.
모르는 버섯은 먹지 말아야 되는 것처럼 헷갈리거나 잘 모르는 나물은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 또한 나물에는 흙이나 미생물이 숨어있거나 묻어있기 때문에 꼼꼼히 깨끗하게 세척해야 된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산과 들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봄나물은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먹거리이지만 독성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데친 후 물에 담가서 독성을 뺀후 섭취하길 바란다.
또 농약이나 중금속 오염 위험도 높기 때문에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변이나 오염된 물이 흐르는 하천에서 자라는 봄나물은 가급적 채취하지 말자.
지친 몸을 회복시켜주고 입맛을 돋아주는 봄나물, 안전한 섭취로 건강도 챙기고 식중독도 예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