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인과 일본인(2)-강자에 약하고 튀면 죽는 일본인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일본은 무를 존중하여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칼의 나라다. 반면 한국은 무를 천시하여 힘보다 붓과 글을 숭상하는 문의 나라다. 일본인에게 칼은 늘 가까이 있는 존재로 일본 전통 여관에 가면 일본도가 놓여 있지만 우리 가정에는 도자기나 서예 족자가 있다.
1980년대 중반 유학 시절, 故 전두환 대통령의 독재가 극에 달했을 때 동경대 교수에게 그에 대해 물었다. 교수는 “일본은 칼의 역사이기에 이기는 것이 선이고 정의다. 강자가 정권을 잡으면 순종하는 것이 당연한데 5.18 민주 항쟁은 의아하다. 일본인에 있어 옳고 그름은 중요치 않고 힘이 정의로 복종치 않으면 죽음이다. 한국인은 정부를 비판하고 대통령에 욕하는 것을 애국이라 여기지만 우리는 천황폐하나 정부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애국이라 생각한다.” 했다.“ 일본은 조선에 대한 침략과 만행에 대해 왜 사죄하지 않습니까?” 물었더니 “학교에서 조선에 대한 만행과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해 듣지도 배우지도 않았다. 일본은 집단주의, 강자주의 사회다. 미국은 승자이기에 순종하지만 약자인 조선을 비하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반성은 있을 수 없다.” 했다. 최근에 그를 다시 만난다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믿고 따르면 되는데 왜? 반대하고 탄핵까지 했는가? 물을 것이다. 일본의 최고 지식인조차 이런 의식을 가졌는데 그들에게 사죄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시간 낭비란 자괴감이 든다.
일본인의 정신적 지주로 사무라이(무사도) 정신을 들 수 있다. 무사도 정신은 칼과 연결된 일본의 정신으로 칼은 자기 행위를 책임지는 이상적인 일본인을 의미한다. 무사도 정신은 문제가 생기면 시비는 칼로 가리고 패한 자는 죽음에 이르는 승복의 문화이다. 무사들이 칼을 차고 거리를 지날 때 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결례하면 칼로 목을 쳐도 용납되는 특권이 있었다. 필자는 무사의 비위에 거슬리거나 맞장구를 안치면 죽임을 당하니 눈치를 보며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가 체질화돼 여러 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습성이 배어 친절하고 예의 바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국화와 칼’의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인들은 자기 행동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놀랄 만큼 민감하지만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잘못된 행동을 모를 때는 범죄 유혹에 빠진다.” 했다. 일본인들은 약한 상대는 선제공격하고 강한 상대 앞에선 미리 굴복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고가 있다. 따라서 정면승부를 피하고 상대를 거짓으로 속이는 계략에 능숙하다. 일본인은 강자를 두려워하고 잘못도 묵인하지만 약자는 못살게 괴롭히는 냉혈적인 국민성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호되게 당했다.
유학 시 동료 유학생과 함께 장난삼아 적신호인데도 건널목을 무단 횡단하자 주위 일본인들이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다 함께 무단 횡단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일본인은 남이 보는 앞에서는 질서를 지키는 척하지만 잘못된 일도 함께하면 허물이 아니라는 이중성과 맹목적 집단주의 문화가 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침략 전쟁에 뛰어들어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의 집단에 대한 충성심은 삶을 위한 필수 행동이다. 일본인은 집단 내에서 조용하고 소심하고 자기표현을 아껴 한국인처럼 허세를 부리고 떠들고 단체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것을 민폐로 여긴다. “모난 돌에 정 맞는다, 튀지 말라!”는 어릴 적부터의 방어적 교육 때문이다. 집단의 결정에 대해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튀는 행동을 하면 이지매 당한다. 일제 강점기 때 자신의 수많은 악행을 알고도 진실을 말하는 자가 없는 것은 혼자 튀어 진실을 말하면 집단에서 왕따 된다는 집단주의 정신 때문이다. 이런 성향 때문에 일본인 누군가 과거사 폭로를 기대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앞둔 정국 혼란을 틈타 일본 정부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하지만 과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타도 일본, 반일 감정만을 앞세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1인당 GDP, 수출규모, 군사력지표 등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더욱이 뼈아픈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를 겪게 했던 나약했던 군사력은 세계 5위 군사 강국, 방산 강국이 되었다. 누가 대권주자가 되든지 과거의 집착을 버리고 경제력, 문화력, 외교력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강국이 되어 그들이 스스로 숭배하는 국가가 되는 것만이 극일의 길이고 친일, 반일의 논쟁을 종식시키는 길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