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색은 마법과 같다
이상봉 충북문화예술 자문관
문화의 차이에 따라 색에 대한 견해와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태초의 색은 빨간색이라는 말이 있다. 예술가들은 종종 빨간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한국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은 빨간 양말을 즐겨 신고 다니며 많은 회자를 일으켰다. 흰 고무신, 빨간 양말은 작가를 지칭하는 별칭이 되어 그를 표현하는데 자주 사용한다. ‘바보산수’로 잘 알려진 운보는 무언(無言)과 불청(不聽)의 결함에도 생전에 왕성한 창작활동과 폭넓은 작품세계를 펼치며 생전에 2만 여점의 다작을 제작한 작가로 유명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모 회화작가도 투병 중일 때 온통 빨간색으로 공간을 만들고, 본인이 착용하는 의복도 빨간색을 선호하였다고 한다. 심리학에서 빨간색은 심장 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작가도 이러한 색의 심리적인 것을 이용하여 본인의 건강을 회복 시키는데 활용한 것 같다.
대중 앞에 서는 정치인이나 조직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도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때 종종 빨간색 넥타이를 매기도 한다. 이처럼 색은 포인트 역할도 하고 때로는 우리 삶에 생기를 더해준다. 비록 넥타이, 양말 한쪽이지만 사람의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
서양미술사에 처음 등장하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선사시대 사냥을 위한 주술적인 목적으로 그린 그림으로 놀라울 정도의 입체감과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인 그림이다. 천연 안료 빨간색, 갈색, 검은색을 사용하여 동굴의 굴곡을 이용해 입체적인 효과를 내며 공동체의 생계를 위한 성공적인 사냥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그린 그림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색채를 통해 감정을 표현한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인 마크 로드코는 색을 가지고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마음이 움직이고 색에 동화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가의 작품은 주로 대형 캔버스에 겹쳐진 색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대표적인 색상 조합은 감정의 깊이를 전달하며, 관람객에게 명상적이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오렌지와 노랑은 밝고 따뜻한 색상 조합으로, 희망과 에너지를 전달하며 관람객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지역이나 문화마다 색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빨간색을 사랑, 위험, 열정을 말한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행운, 부, 축복을 상징한다. 종교나 문화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에 반응하는 것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색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듯 행동도 변화시킬 수 있다. 빨간색 방에서는 온도를 낮추고 파란색 방에서는 온도를 무의식중에 올린다고 한다. 이처럼 색은 또한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기도 하며 심리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삶을 살아가는데 기분전환이 필요하거나 할 때는 오늘은 무슨 색으로 포인트를 할까 고민해 보자. 정신적으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눈앞에 펼쳐지는 공간에 본인이 즐겨하는 단순한 컬러를 설치하는 것도 순간의 힘듦을 극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 우리들의 인생을 생기 있게 만들어 주는 색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촌스러움도 하나의 트렌드 이긴 하지만, 어떤 색을 선택하고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색에 의해 나를 부각하기도 한다. 퍼스널 컬러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 패션,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자신감도 높일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색을, 아니 나를 잘 드러내는 색을 찾는 방법을 활용하여 나의 개성미를 높여주는 코디네이션을 하며 좋을 것 같다.
봄날에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 색을 바꾸는 작업도 기분전환과 생기 있는 삶을 추구하기 위한 묘안이 될 수 있다. 색은 우리의 삶에 작은 변화를 주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발견하지 못한 감각을 일깨워준다. 색을 잘 쓰는 사람은 세련미를 갖는 평을 듣기도 한다. 개성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대에 좋아하는, 선호하는 색을 찾아보고 그 색을 잘 활용하여 나만의 개성미를 높여가는 삶으로 작은 만족감을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