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주장/ 어느 때보다 힘든 한국 경제

2025-04-27     동양일보

경기침체‧내수 부진‧고물가 등 ‘삼중고’가 맞물리면서 대한민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최근 30년간 한국경제가 겪은 중대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이다. 이 세 가지가 사람들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 경제 위기다.
세 번의 위기 모두 대내외에서 발생한 충격이 경제위기로 이어진 경우다. 충격의 실체나 위기 발생의 원인을 어느 정도 규명할 수 있었고, 그래서 회복도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경제는 자체적인 기초체력 저하에다 내외부 충격이 겹치면서 성장이 사실상 멈춰선 상태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9%로 급락했지만 1999년엔 11.6%까지 반등했다. 분기별로는 1997년 4분기 -0.6%에 이어 1998년 1분기 -6.7%, 2분기 -0.8% 등 3개 분기 동안 역성장했지만 3분기엔 2%로 회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008년 4분기 성장률은 -3.4%, 2009년 1분기 0.3%로 부진했지만 2분기엔 1.4%로 올라섰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도 1분기(-1.3%)와 2분기(-2.7%)가 역성장했지만 3분기엔 2.2%로 회복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GDP(속보치)는 지난해 4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최근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에서 2분기 -0.2%로 떨어졌고 3분기와 4분기 0.1%에 그쳤다가 올 1분기에 다시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0.1% 이하에 그치며 성장이 사실상 멈춰 선 것이다. 4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0.1% 이하에 머문 것은 과거 경제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올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의 전망치인 0.2%보다 무려 0.4%P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1분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이므로 앞으로 관세의 충격이 본격화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우리 수출에 타격을 주면 성장률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1.5%로 예상했었으나 1% 성장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0%로 내렸고 해외 IB(투자은행) 사이에선 연간 성장률이 0.6∼0.7%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늘었다.
이런 성적표는 저출생 고령화와 수요 부진, 성장잠재력 약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제주항공 참사, 대형산불 등 각종 악재가 겹친 탓이다. 더구나 미국발 관세 충격은 올 1분기 이후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24일 시작된 '한미 2+2 통상협의'의 결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아울러 침체된 경기를 되살릴 비상 대응에도 주력해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신속 집행하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리는 등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위태해진 경제 살리기에 모두가 앞장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