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배가 산으로 갈 검찰 개혁
김종대 전 국회의원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다. 이번 대선은 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연장선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형국이다. 민주화 이후로 대선 50일 전에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던 대통령 후보가 낙선한 사례는 없었다. 이를 감안한다면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우위가 40일도 남지 않은 대선에서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집권 초기에 검찰 개혁과 내란 종식을 필두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청은 기소청으로 사실상 해체나 다름없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고위공직자수사처를 확대하여 검찰을 대체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굴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사직하겠다며 검사 40여 명이 최근 사직서를 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검찰은 최근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결정하였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뇌물죄로 기소했다. 삼부토건 주가 조작 혐의도 검찰에 넘겨졌고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합의로 철거된 전방 감시초소(GP) 부실 검증 의혹도 검찰에 이첩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갑자기 빨라졌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청의 부동산, 소득, 고용 실태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이야기도 돌고 있다. 명태군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진행 중이다. 윤석열 내란 수괴 혐의에 대한 재판도 온전히 검찰이 공소 유지를 독점하고 있다. 개혁 대상인 검찰이 전 정부, 전전 정부 대한 수사와 재판을 가속화되는 건 분명 예사롭지 않다. 이전 정부와 관련하여 짧게는 7개월 전, 길게는 3년도 더 된 사건들이 왜 지금에 와서 이렇게 속도를 내냐는 거다. 이런 검찰의 행태가 못마땅했는지 민주당은 대선 이후에 의결할 김건희 특검, 내란 특검을 지난주에 발의하였다. 본래 특검은 야당이 주장하고 여당이 수용하는 것인데 다음 정부에서는 여당이 될 민주당이 오히려 특검에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15세기 출현한 명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전체주의적인 왕조였다. 본래 사정기관인 동창을 운영하다가 이게 부족하다고 서창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내창과 외창까지 추가했다. 이 네 개의 사정기관은 사천왕처럼 백성을 노려보다가 의심이 가는 백성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 주리를 틀었다. 별의별 해괴한 고문 기술도 경쟁적으로 개발되다 보니 한 번 들어가기만 하면 죽거나 불구자가 돼서 나오는 공포 그 자체였다. 사정기관이 많아질수록 실적을 경쟁하느라고 마구 잡아들이고 고문하고 죄인을 만들어 냈다. 검찰 개혁이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도 여기에 특검이 더해지고 공수처가 비대화되며 경찰 국가수사본부까지 한칼 있다고 뛰어드는 형국은 명나라 초기 양상처럼 보여진다. 타 기관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검찰이 최근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한 것은 아닌가. 검찰을 개혁하고 싶다면 피의자나 변호인, 법원의 권한을 확대하여 검찰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을 터인데, 굳이 많은 기관을 만들어 서로 경쟁을 시키는 형국으로 치달으면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검사장을 선출직 직선제로 바꾸든지, 외부 인사에 의한 수사 심의를 강화하든지 해서 검찰의 권한을 재조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별의별 사정기관을 자꾸 만들게 되면 이들이 서로 경쟁할 터인데, 이게 더 무서운 일이 아니냐는 거다. 최근 검찰이 더 많은 사건에 손을 대며 캐비넷에 수사 자료를 잔뜩 쌓아두는 행태가 명나라의 동창이나 서창이 될 것 같은 위험을 예고하는 건 아닌가.
사실 우리나라엔 법 전문가는 많지 않고 법 기술자만 널려 있다. 법이 시민과 괴리되고 법 기술자들이 독점하는 폐해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법 공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잔치에 막상 법의 주체가 되어야 할 주권자인 시민은 소외되고 있다. 한국판 사천황인 사정기관들이 설치면 법치의 본질이 왜곡되고 또 다른 전체주의의 토양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은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