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명식 대한노인회충북연합회장
노인인구 35만 충북, 복지 지원책 지속 보강해야
노인 스스로 자존감·성취감 제고 위한 노력 필요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복지사각지대 소외 이웃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도움받는 노인’에서 ‘도움 주는 노인’으로, 선배시민으로서 후배시민을 이끌며 어른으로 존경 받고 품격 있는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2일 대한노인회 충북도연합회 19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이명식(76·사진)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바로 다음 날, 만장일치 추대였다곤 해도 재선을 치르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인터뷰에 응한 이 회장을 ㈜충청에스엔지 문화동 사옥에서 만났다.
㈜충청에스엔지는 1973년 이 회장이 창업한 측량설계전문기업으로, 대통령상 2회에 철탑산업훈장 등을 안겨주며 기업인으로서의 이 회장의 입지를 굳건히 해준 회사다.
그렇다고 이 회장이 경영에만 전념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연스럽게 다가온 나의 노년(老年)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거울삼아 일찍부터 시작한 ‘봉사’의 연장선”이라고 말한다.
1949년생 청주 토박이인 그는 청주 주성중, 청주공고, 청주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주대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한 학교마다 총동문회장을 맡아 헌신했으며, 대한측량협회와 공간정보산업협회 중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서른세 살 때부터 37년간 교회 시무장로 활동을 비롯해 국제라이온스협회 356-D(충북)지구 전국 최연소 총재, 청주YMCA 이사장, 충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민주평통자문회의 청주시협의회장 등을 역임하며 사회봉사활동을 이어왔다.
봉사하느라 더러 많은 돈 벌 기회를 놓치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다는 이 회장은 마지막 봉사로 노인회를 택했다.
현재 충북 도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5만4120명(지난 3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 159만512명의 22.3%를 차지한다. 이중 충북노인회에는 도내 노인인구의 56%에 해당하는 20만명의 회원이 12개의 지회(청주시 2개 지회와 10개 시·군)와 4520개 경로당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수치상 높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각종 노인문제 대책은 극히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이 회장은 2021년 18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빈곤, 질병, 고독으로 소외된 복지사각지대 노인들을 발굴, 경로당 중심의 소통·연대를 통한 지원활동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대책을 촉구하는 한편 노인 스스로 사회의 리더로서 자존감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 주력했다.
경로당 동전모으기 사업을 펼쳐 2023년 1억7000여만원, 2024년 2억1000여만원 성금을 기탁하고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자원봉사활동 참여 유도와 경로당 맞춤형 프로그램 시행, 한궁, 파크골프, 그라운드골프 대회 유치를 통한 건강증진에도 힘썼다.
그 결과 지난해 경로당 활성화 부문 전국 최우수상, 자원봉사, 취업지원 부문 우수상을 휩쓰는 등 성과도 이뤄냈다.
앞으로의 4년 역시 기존사업의 연속 추진과 함께 경로당 회장(수당 월 5만원), 분회장, 지회장(수당 없음) 수당 지급 및 인상, 경로당 시설 개선, 연합회 회관 건립과 직원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칭찬받기 위해 애쓰진 않았지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중매로 만나 50여년 한결같은 내조를 보내준 동갑내기 아내 이선주(76)씨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아버지’라는 2남 1녀 덕분에 “허튼 짓을 못했다”고 웃으며 고백한다.
그러면서 “현재 70~80대 노인세대는 소위 ‘낀 세대’로 희생에 비해 대우를 못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이 회장.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곧 노하우의 축적을 의미한다. 연륜과 경험의 가치를 헛되게 하지 말고 제대로 물려주며 많은 이의 모범이 되고 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노인’과, 언젠가는 노인이 될 ‘그들’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