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젊은 관절염 환자의 대안, ‘고위 경골 절골술(HTO)’

이상호 청주 프라임병원장

2025-05-12     동양일보
▲ 이상호 청주 프라임병원장

"무릎은 나이 들면 아픈 거 아닌가요?" 3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최근 몇 달간 무릎 안쪽이 뻐근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해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진단 결과는 예상 밖의 '퇴행성 관절염 초기'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단순한 연골 마모가 아닌 다리 정렬 불균형, 즉 ‘O자형 다리’로 인해 무릎 안쪽 관절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조기에 관절염이 생긴 경우라는 점이었습니다.
관절염은 단순히 노화로만 생기는 질환이 아닙니다. 스포츠 외상, 체중 증가, 반복적인 관절 사용, 혹은 구조적인 문제(다리 정렬 이상 등)가 젊은 층에서도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렬에 문제가 있는 경우, 무릎의 어느 한쪽에만 하중이 몰리게 되어, 건강한 연골이라도 빠르게 닳게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O자형 다리입니다. 무릎 안쪽으로 체중이 몰리게 되면, 그 부위의 연골이 조기에 마모되고 염증이 반복되면서 관절염이 시작됩니다.
이처럼 젊은 나이에 무릎 관절염이 시작된 경우, 가장 중요한 치료의 핵심은 관절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인공관절 치환술은 연골이 거의 없는 말기 관절염에 효과적이지만, 젊은 연령층에서는 활동량이 많고 인공관절의 수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젋은 나이에 인공 관절수술을 할 경우 이후 인공 관절의 수명이 다할때쯤, 남아 있는 뼈가 거의 없어서 이차 수술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때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가 고위 경골 절골술(HTO, High Tibial Osteotomy)입니다.
고위 경골 절골술(HTO)이란?
HTO는 무릎 안쪽(내측)의 관절염이 진행된 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로, 정강이뼈(경골)의 윗부분을 절골한 후 뼈의 정렬을 바꾸어 하중을 무릎의 바깥쪽(외측)으로 분산시키는 치료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O자형 다리를 교정하여 무릎 내측 관절에 집중되는 압력을 줄이고, 덜 손상된 외측 관절이 하중을 분담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수술 후에는 내측의 통증이 감소하고, 무릎의 전반적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으며, 활동 범위 또한 넓어집니다. 특히 관절을 그대로 보존하므로 무릎의 감각과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무릎을 꿇거나 구부리는 등의 활동에도 제약이 적습니다.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층이나 활동적인 직장인, 무릎을 자주 사용하는 직업군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이는 치료법입니다.
정렬 이상이 있는 젊은 환자, 꼭 수술까지 필요할까?
정렬 이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는 체중 조절, 하체 근력 강화 운동, 보조기 착용, 자세 교정 등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 완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거나, 영상검사상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연골 손상이 뚜렷한 경우에는 조기에 정렬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관절염이 한쪽에 국한되어 있고, 무릎 관절 외측은 아직 건강하다면 HTO를 통해 수술 없이 관절의 수명을 10~15년 이상 연장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3D 시뮬레이션, 컴퓨터 내비게이션, 맞춤형 금속판 고정술 등의 첨단 기술이 함께 사용됩니다. 수술 후에는 약 6주 전후로 체중을 부하하며 걷기 시작하고, 꾸준한 재활과 운동을 통해 무릎 기능을 회복합니다.
이 수술은 나이가 60세 이하, 무릎 내측에만 국한된 관절염, 다리의 정렬이 o자형인 경우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릎 전체 관절이 마모된 경우, 관절 운동 범위가 매우 제한된 경우, 체중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는 경우에는 HTO보다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무릎 관절은 단순한 관절 기관을 넘어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위입니다. 특히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무릎 통증이나 관절염은 방치할 경우 평생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리 정렬 이상이 있는 경우, 통증의 원인이 연골 그 자체가 아니라 정렬에 있을 수 있으므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고위 경골 절골술은 이러한 원인을 바로잡아 관절을 살리고, 자연스러운 무릎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치료법입니다.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무릎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반복된다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관절을 보존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렬이 문제라면, ‘교정’이 해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