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 몸이 먼저 알고 있다.
김주영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단어다. 일과 학업에 치이고,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살다 보면 피로와 긴장이 섞인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몸에 축적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스트레스 누적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해당 스트레스를 당연시 여긴다는 점이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우리 몸의 기(氣)와 혈(血)의 흐름을 막고 장부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본다. 때문에 다양한 신체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다. 특히 간(肝)과 심(心) 계통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소화불량, 두통, 불면, 가슴 답답함, 생리 불순, 만성 피로 등이 스트레스 영향을 받는 전형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특히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화기 증상은 많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주요 병증이다.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건강한 음식을 섭취해도 영양분이 온전히 흡수될 수 없고, 장기적으론 체중 변화나 영양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 치료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신체 증상을 개인 체질과 상황에 맞게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접근한다. 구체적으로 한약 처방은 간 기운의 막힘을 해소하고 비위의 기능을 강화해 스트레스로 무너진 몸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특히 도움이 되는 대표적 한약은 기운이 부족하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복용하는 ‘보중익기탕’, 스트레스성 증상과 생리불순, 불안 증상이 있을 때 쓰는 ‘가미소요산’, 수면장애 개선에 효과적인 ‘산조인탕’이 있다. 또한 심비허로 인한 불면·건망·식욕부진 등을 개선해주는 ‘귀비탕’과 열로 인한 두통을 막아주는 ‘용담사간탕’도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주요 한약이다.
한약 처방 외에도 침 치료를 병행하면 간기운 막힘 완화, 자율신경 조절, 기혈순환 촉진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약침 치료는 간담경, 심포경 등의 혈자리에 정제된 한약재를 주입해 정체된 기운을 풀고 자율신경 조절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복부 등에 온열을 자극하는 뜸 치료 역시 기형 보강 효과를 낸다.
현대인들은 “요즘 너무 바빠서 피곤해”, “그냥 좀 예민한 것 같아”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우리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가 숨어 있다. 소화가 안 되고, 잠이 오지 않으며, 이유 없이 짜증이 나는 등의 증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몸의 비상등이다.
이제는 더 이상 스트레스를 당연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알아차리고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생활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내 몸의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여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