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길어 올린 존재에 대한 사유와 성찰의 시편들

김옥전 시인, 등단 20년 만에 첫시집 <당신의 새는 안년하신가요> 출간

2025-05-17     도복희 기자

 

예배당 앞, 일요일 오후를 사붓이 기어간다

사람을 피해 하수구 쪽으로 몸을 돌리면

S자로 휘어지는 세상

5월에도 시린 몸이 녹지 않는다

계절보다 차가운 건 눈동자

당신이

나의 신이 아니란 걸 알게 된 후부터

날개를 꿈꾸지 않게 되었다

 

잊히는 일이 당신을 지키는 일

태초의 어느 날

당신이 선악과를 보여준 후부터

나는 사탄이 되었으나

똬리를 틀고 파고드는 고독을 후회하지 않는다

가장 현명한 고독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화석으로도 남지 않았던 조상은 메두사의 전설이 되었다

 

애초에 길이 달랐다는 듯

새는 날개를 펴 하늘을 꿈꾸고

햇살의 사슬에 묶인 몸을 벗기며 나는

불사의 고독을 꿈꾼다

독한 행복전문

 

 

김옥전 시인

 

김옥전 시인이 등단 후 20년 만에 첫시집 <당신의 새는 안년하신가요>를 시산맥에서 출간했다.

이 시집은 1부 당신의 새는 안녕하신가요, 2부 선, 3부 입관, 4부 어떤 식욕 등 53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우남정 시인은 시들은 눈부시도록 정갈하다. 육화된 담백한 어조가 一品이다. 섬세한 감각이 시집 전 편에 고르게 이어진다. 첫 시집이라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첫 시집이라며 일상에서 길어 올린 존재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적확한 시어로 점철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인가 싶은데, 예외 없이 뭉클한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소개한다.

유미애 시인은 김옥전 백지의 무대 위에서 고혈을 짜낸 말과 문장으로 한 편의 비극을, 희극을 연기한다광부가 되어 삶의 본질을 채굴하고, 광대가 되어 울음과 웃음의 재를 털어낸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20년이 걸렸다. 무안하고 무색한 그래서 시가 되느라 고생 많았을 웃음과 울음의 행간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김옥전 시인은 동덕여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4시와시학에 시로 등단했다. 논술, 국어 학원 원장, 곁길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5회 시산맥창작기금을 받았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