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재량따라 대입 내신 좌우… ‘시한폭탄’을 돌리고 있다

집중취재 / ‘뜨거운 감자’ 예술고 성적 산출
교육부 차원서 합리적 ‘매뉴얼’ 정해야

2025-05-19     김명기 기자
▲ 지난 4월 23일 성적 분리산출에 반발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충북예고 미술과 학부모들. 사진 김명기 기자

대학입시에서 내신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대입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일반고처럼 일률적으로 정해진 내신의 경우엔 큰 문제가 없지만 학교장의 재량으로 성적에 대한 분리산출과 통합산출이 결정되는 예술고의 경우엔 민감한 지점이 충돌하게 된다. 예술고는 성적 산출 방법에 따라 과별 학생들의 대입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달 충북예고가 겪었던 논란과 진통 또한 여기서 기인한다.
성적 분리산출은 국어와 영어 교과에 대한 성적을 미술과와 음악·무용과를 분리해서 정하는 것이고, 통합산출은 미술·음악·무용과 학생들의 성적을 통합해 정하는 것이다.
지난 4월 23일 충북예고 미술과 학부모들은 이 학교 교문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성적 분리산출 결정에 따라 미술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주장은 통합산출로 성적을 정했던 것이 음악·무용과와의 협의 후 11일 만에 분리산출로 변경됐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음악·무용과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높은 미술과 학생들이 손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술과와의 협의 과정이 없었고, 교장이 사전 동의없이 결정을 번복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졸속처리와 동의없는 변경, 협의 과정서 패싱 당한 것 등에 대한 반발이었다.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음악·무용과 학부모들의 반론 또한 타당해 보인다.
입학 당시부터 미술과는 성적 위주로, 음악·무용과는 실기 위주로 들어오게 되는데다 학과마다 특성이 있어 분리산출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입학부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고, 이에 따라 분리산출로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어와 영어 두 과목을 제외한 여타 과목은 모두 통합산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예술고 대다수가 국어와 영어는 분리산출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갈등이 비단 충북예고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혹 불거지는 예술고 내신 관련 갈등은 이것에 집중돼 있다. 언제든, 어떤 사안으로든 불만과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이다.
충북예고의 경우 분리산출로 원상복귀하는 것으로 봉합은 됐다. 그럼에도 언제라도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도 있다. 교육부에서 ‘학교장 재량’에 방점을 찍은 명분은 자율성 보장이었다. 하지만 실제론 성적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해가 상충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부담이 오롯이 교장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교장의 결정에 따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인 내신이 좌우되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든 반대 급부의 학생들에겐 불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성적 산출 방향이 결정되는 데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 등의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충북교육청의 ‘2025학년도 충북도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의 학업성적관리위원회 구성 운영에 관한 사항을 보면, 위원회의 위원장은 학교장으로 하며,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업무를 총괄한다고 돼 있다.
부위원장은 교감(교감 직무대행)으로 하며, 위원의 수는 학교 규모에 따라 정하고, 교직원 중에서 교무분장 업무를 고려해 학교장이 임명한다. 또 학부모의 의견 수렴과 학업성적관리의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장은 약간 명의 학부모 위원을 위촉할 수 있다.
학업성적 평가와 관리에 관한 제반 지침과 학업성적관리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 결재를 받은 후 시행한다.
학교장의 역할과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충북교육청으로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그 사안에 깊게 관여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그렇다.
상급기관으로서 근원적 문제 해결에 디딤돌이 돼야 하는데 관여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교육부 훈령 ‘학교생활기록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단서조항으로 학과별로 선발하는 학교의 경우엔 학과의 교육과정 특성을 고려해 성적을 산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통일된 매뉴얼을 정할 필요가 있지만, 교육부 또한 지방자치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규정을 정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김명기 기자 demiankk@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