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도움 받던 유학생’에서 ‘도움 주는 유학생’으로

이응란 충북도 외국인지원팀장

2025-05-19     동양일보
▲ 이응란 충북도 외국인지원팀장

한국에 처음 도착한 외국인유학생에게 가장 낯설고 막막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시내버스 노선을 해석하려 애쓰던 어느 날, 병원 접수창구 앞에서 머뭇거리던 그때, 혹은 공공기관에서 안내문 하나 이해하지 못해 발길을 돌렸던 날일지도 모른다. 우리 곁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처음’의 어려움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제 누군가를 돕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에 온 외국인유학생들이 낯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 여정 속에서 이들이 처음 마주하는 지역은 곧 ‘한국의 첫인상’이 된다. 충북도는 이러한 외국인유학생들의 안정적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북형 K-유학생 유치 사업을 비롯해, 각 대학,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입학부터 생활지원까지 촘촘한 지원망을 구축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2486명에 불과했던 도내 외국인유학생은 10년의 시간이 흐른 2025년 1만331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를 넘어, 유학생들이 지역에 머무르며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이들이 도움받던 대상에서 나아가,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는 주체로서 역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논의할 시점이 된 것이다.
도내 외국인 주민 수는 2025년 현재 7만4000여명으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행정·의료·금융 등 실생활 속에서 언어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유학생들이 외국인 주민을 위해 손을 내민다면, 그것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선 연대가 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외국인유학생 연계 통번역 지원사업’은 작지만 상징적인 출발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능력을 갖춘 유학생이 그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주민을 위해 외국인 지원센터에 소속돼 통·번역 보조, 생활상담 보조 등을 수행하며 정착을 돕는 구조로, 누군가의 ‘첫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또 다른 이의 길잡이가 되는 방식이다. 이는 충북이 유학생을 단순한 유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갈 지역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외국인유학생에게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도전이 된다. 처음엔 도움을 받았던 유학생이, 이젠 도움을 주는 주체로 성장하게 되는 경험. 그 안에는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다른 이의 짐을 덜어주는 따뜻한 선순환이 있다.
지역 사회와 유학생이 서로의 성장을 도우며 만들어가는 관계는 단순한 공공사업의 효과를 넘어선다. 충북도는 외국인 주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곧 지역사회의 건강한 미래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미래는 바로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 즉 같은 경험을 나눈 외국인유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외국인유학생은 충북도에서 자신이 받은 환대와 지원을 기억하며, 이제는 그 기억을 실천으로 돌려주는 존재가 될 것이다.
충북도의 미래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도움을 받던 유학생’이 ‘도움을 주는 유학생’으로 성장하는 따뜻한 연결고리가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