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
변호사 박재성
음주운전을 하다가 추돌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을 변호한 적이 있다. 초범이었던 피고인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였고, 피해자들도 피고인을 용서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이 정상 참작되어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피고인은 법정에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맥이 풀린 채 안도하며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고, 반면 나는 피고인에게 따끔한 경고와 함께 선처를 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였다.
집행유예란 법원이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을 선고하였지만 바로 집행하지 않고 일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 효력을 상실시키는 제도로서 피고인을 선처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면 확정일로부터 2년 동안 재범하지 않고 별 탈 없이 지냈을 경우 징역 1년의 선고 효력은 사라진다. 따라서 어떤 피고인은 금전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벌금형보다 집행유예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집행유예는 엄연히 벌금형보다 중한 형벌로서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했을 경우에는 크게 세 가지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재범한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없다. 이는 형법 제62조 제1항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집행유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을 받다가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다. 대법원도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범죄라고 할 지라고 집행유예가 실효, 취소됨 없이 그 유예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6196 판결). 따라서 1심 재판의 심리가 3~4회 속행되거나 피고인이 항소하여 사건이 2심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법이론상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이론상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로는 집행유예라는 선처를 받았음에도 재범을 한 것이기에 양형에는 부정적으로 반영되어 대부분 집행유예는 고사하고 높은 형량이 나올 것을 각오해야 한다.
둘째, 집행유예 기간 중에 고의범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기존에 받은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형법 제63조). 이 경우에는 예외없이 집행유예의 효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재범으로 인해 선고받은 실형뿐만 아니라 앞서 집행유예로 선처받았던 징역형까지 함께 복역을 해야 한다. 예컨대 기존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범으로 재범하여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면 기존의 집행유예가 실효되기 때문에 총 2년을 복역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집행유예를 결코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될 이유이다.
셋째, 이 경우 누범(형법 제35조)에도 해당되는지 상담을 구하는 분들이 있다. 누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어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에게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조항의 해석과 관련해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형의 집행유예 기간 중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누범가중의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므로(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600 판결),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했다 하더라도 누범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누범에 해당되지 않는다 해도 재범을 하였기에 양형에 있어서는 가중요소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위에서 설명한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되고,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면 무조건 조심,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