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어지럼증, 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건강 경고
김희섭 효성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어지럼증(dizziness)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증상이지만, 그 원인과 심각성은 매우 다양하다. 이는 단순히 몸이 피로한 경우도 나타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어지럼증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인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에는 어지럼증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을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55세 여성 A씨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했고, 특히 고개를 특정 방향으로 돌릴 때 증상이 악화되었다. 어지러운 증상은 몇 분간 지속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호전되곤 했다. 병원을 방문한 A씨는 문진과 검사를 통해 양성 돌발성 두위현훈(BPPV,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흔히 ‘이석증’으로 불리는 질환으로 진단받았다. 이는 내이(속귀)의 평형 기관에서 칼슘결정인 이석이 제자리에서 벗어나 반고리관(Semicircullar canal)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비인후과에서는 A씨에게 에플리 기법(Epley Maneuver)이라는 체위 교정 치료를 시행했고, 이를 통해 어지럼증이 크게 호전되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자세와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어지럼증은 크게 말초성 어지럼증과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눈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내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며,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석증(BPPV)은 내이의 이석이 이동해 평형 기관을 자극하면서 발생한다. 메니에르병은 내림프액의 과도한 축적으로 인해 발생하며, 어지럼증과 함께 이명과 청력 저하를 동반한다. 전정신경염은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며,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를 유발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를 포함한 소뇌, 놔간등 중추신경의 문제로 발생하며,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뇌졸중은 뇌혈류 장애로 인해 어지럼증과 함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 특히 소뇌의 뇌경색과 뇌출혈은 심한 어지럼증과 구역, 구토를 동반한다. 뇌종양은 두통, 시야 이상, 언어 장애 등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편두통 관련 어지럼증은 편두통 발작과 연관된 어지럼증으로, 메스꺼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주요 진단 방법으로는 병력 청취와 문진을 통해 어지럼증 발생 상황, 지속 시간, 동반 증상 등을 확인하고, 신체검사를 시행하여 눈의 움직임, 안진 검사, 균형 감각, 보행 검사 등을 통해 평형 기관의 기능을 평가한다. 영상검사는 필요 시 MRI나 CT를 통해 뇌의 구조적 이상을 확인한다.
어지럼증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른데, 이석증 치료는 에플리 기법과 같은 체위 교정 치료로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석증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갑작스러운 머리 움직임을 피하고, 규칙적인 자세 관리를 권장한다.
약물치료는 전정억제제인 항히스타민제, 진정제를 투약하면 어지럼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메니에르병 환자에게는 이뇨제와 저염식이 권장된다. 편두통 관련 어지럼증에는 편두통 예방 약물이 사용된다.
재활 치료는 전정재활치료(Vestibular Rehabilitation Therapy)를 시행, 평형기능 회복을 위해 특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뇌졸중 등 중추성 원인이 의심될 때는 신속한 병원 치료가 필요하며, 신경과 신경외과의 진료가 같이 필요하다.
어지럼증은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데,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균형 잡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여 체내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며, 고령자의 경우,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가정 내 환경을 안전하게 정비한다.
어지럼증은 흔히 발생하지만, 그 원인과 중증도는 환자마다 다르다. A씨 사례처럼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갑작스러운 발병과 함께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어지럼증을 단순한 증상이 아닌 건강 경고로 인식하고, 예방과 치료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