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골목상권, 더 이상 설 자리 없다…커피숍·호프집·모텔까지 폐업 확산
<집중취재> 올 들어 충북 3천명·충남 5천명·세종 1천명 감소, 자영업자 5개월 연속 감소
자영업자 수가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위기의 수렁’에 빠졌다.
더구나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숙박·음식점업 경영난 타격
정부는 소상공인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번 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만2000명(-0.4%) 감소한 565만9000명이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없는 자영업자 각각 1만1000명, 1만2000명이 감소했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7000명(0.1%) 증가를 끝으로 5개월째 내리 감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 △1월 2만8000명 △2월 1만4000명 △3월 2000명 △4월 6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매년 증가하던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도 15개월 만에 6만7000명(-2.8%) 감소해 자영업 위기가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통계포털에 의하면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호프주점 1876개 △한식음식점 1744개 △기타음식점 1057개 △커피음료점 1050개 △간이주점 817개 △패스트푸드 413개 △중식음식점 275개가 줄었다. 여관과 모텔도 389개 감소하며 숙박·음식점업의 타격이 두드려졌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 골목상권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은 지난 2월부터 자영업자 수가 늘고 있지만 △경기 3만6000명 △전북 2만6000명 △부산·경북 각 1만8000명 △광주 1만1000명 △전남 7000명 △충남·제주 각 5000명 △충북·울산 각 3000명 △세종 1000명 등 16개 시·도 중 11개 지역에서 감소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을 구성할 것"이라며 "어려운 경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 최악인데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요구
이재명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4.7% 오른 1만1500원을 요구했다.
양대 노총은 “현재 최저임금 인상률은 생계비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비지출이 증가해야 매출이 늘고 중소상공인도 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구체적인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최저시급은 1만30원. 주 40시간, 월 209시간 일할 경우 월급은 209만6270원이다. 노동계 요구를 반영하면 내년 월급은 240만3500원으로 올해보다 30만원 늘어난다.
◆최저임금 인상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치명적’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이다. 내수 회복을 목적으로 20조원 이상 집행하려는 추가경정예산의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도 크다. 경영계는 동결 또는 한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청주 청원구 율량동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노동계가 요구한 14.7% 인상은 과도하다"며 "내수 부진, 폐업률 등 여러 지표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경기가 어렵다는 게 확인되고 있는데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충남 천안에서 대형 뷔페를 운영하는 김모(54) 대표는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올린 만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는 좋겠지만 일자리가 없어지는 효과가 굉장히 크다"며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이어서 그 피해는 근로자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노동계 요구를 대폭 수용한 노동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 최저임금 인상 △법정 정년 연장 △노란봉투법 시행 등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 요구 사항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시행하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홍승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