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세이/ 그들의 부재
배세복 시인
그해도 학교를 옮긴 첫해였다. 공립학교 교사는 5년마다 근무하던 학교를 이동한다. 모두 다 같은 학교이지만, 또 다 같지만은 않다. 5년간 근무하다 보면 나름 선생님들과도 정이 들고 학생들의 성향에도 익숙해지기에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는 일 중의 하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학교로 옮기는 첫해, 특히 3월 즈음엔 몸살감기가 피곤한 몸을 한번 호되게 지나가곤 한다. 그해 2학년 담임 교사가 된 필자는 안 그래도 바쁜 3월, 역시 감기에 걸려 허둥대기 바빴다.
수업지도와 평가 계획 수립, 학생 일람표 작성 및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기초 작업 등은 학년 초에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해 오지만, 무엇보다 힘든 일은 학생 개별 상담이다. 학기 초에는 학생 파악을 위해 기초 상담을 하는데, 일과 후에 남아서 한 학생당 30분 정도씩 상담을 하다 보면 목이 따갑고 몸이 축나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걸 한 달 내내 하는 것이다.
3월에 하는 상담은 기초 상담이다 보니, 학기 중에 하는 상담보다는 덜 깊이가 있고 내담자의 일상을 묻는 상담이 위주가 된다. 하지만 그중에도 다른 학생들보다 시간을 더 들여야 하고, 전문적인 상담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은 상담자가 어느 날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상담하는 일반 상담소가 아니기에 특수한 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담하지 않을 때의 내담자는 같은 공간에서 학업과 학교생활에 임하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 지도와 상담이 뚜렷이 나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이에 상담이 쉽지 않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인 셈이다.
학급에 지도가 어려운 학생 중 두 유형의 학생이 있었다. 한 학생은 우울감이 심해서 무기력함을 겪는 학생이었고, 한 학생은 감정 조절이 어려운 폭력적인 학생이었다. 필자는 두 학생을 각각 지도하고 상담하느라 더욱 바쁜 나날을 보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담 교사의 도움과 가정과의 연계 지도를 하였지만,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울감이 심한 학생은 여러 가지 원인이 이유가 되었지만, 너무 엄격하여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인한 어린 시절의 상처와 관련되어 있었다. 폭력적인 학생은 어린 시절에 있었던 가정의 불화로 인한 아버지의 역할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전문상담교사에 비해 상담 지식을 많이 갖지 못한 필자는 이를 계기로 상담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상담과 관련한 서적을 탐독하였다. 그러다가 상담 관련 학문이 내담자에 관한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합리성에 도달하고자 하는, 통계학과 유사한 학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쉬운 학문이 절대 아니라는 생각과 끊임없이 학업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상담학보다는 심리학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그 분야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심리학도 어쩌면 통계학에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정신분석학을 읽었다.
그때 프로이트와 라캉을 읽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 말이 아직도 인상이 깊다. 어린 시절의 결손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어도 된다고 한다. 아버지든 어머니든 부재의 경우, 한쪽이 그 역할을 함께 하면 된다. 결국 우리에게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배우고, 아버지에게 사회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