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우리를 위한 역사Ⅶ-‘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2’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2025-06-17     윤규상 기자
▲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기한(期限)의 정치’.
젊은 정치의 또 다른 특징은 ‘기한의 정치’다.
언제까지 시간을 주면 그 안에 모든 일을 끝내버리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검토해보겠습니다’라는 표현이다.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언젠가는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검토해 보겠다’라는 말은 ‘기도하겠다’ 또는 ‘잘 되시기를 빈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무책임한 말로 받아들이면 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서 나쁜 사람이라는 인상도 남기지 않기 위한 수사학이다.
모호한 표현 안에는 무한한 방향성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대로 안 되어도 섭섭해하지 마라’는 맥락이 깃들어 있다.
반면 진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적정 기한을 주고, 그 안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여유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기한이 지나면 어떤 예외도 없이 불이익을 준다.
프랑스 공화국 25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2017년 당시 39세 나이로 프랑스 건국 이래 가장 젊은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마크롱은 2019년 4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취소된 대국민 연설에서 충격적인 개혁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2022년 이후부터 ‘프랑스 병원과 학교 등은 절대 폐업이 불가능하다’라는 방침을 꺼내 든 것이다.
노조에는 변화에 대비할 기한을 주고, 국민에게는 정확히 시간 약속을 한 셈이다.
공공노조들의 파업과 임금교섭은 프랑스 사회를 수시로 마비시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
시위가 과격화되어 파리 시가지 교통체증은 물론이고 화재가 잇따랐다.
마크롱은 시민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죄악이라고 보고 강경·폭력시위와 공공 파업 뿌리를 뽑으려고 했다.
또 자신이 졸업한 국립행정학교 ENA 폐교를 선언한다.
국립행정학교는 1945년 2차 대전 후 만들어진 엘리트 관료 양성기관으로, 이곳을 졸업하면 정부 부처 간부급 공무원으로 근무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국립행정학교 입학생들의 출신 성분이 상류층으로 굳어지고, 프랑스 행정부 엘리트들이 ‘고인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됐다.
극도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는 마크롱은 고위공무원을 뽑는 방식에도 민간산업계 경력 채용 시스템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이런 이유로 결국 모교를 없애버린 것이다.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느라 차일피일하지도 않았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꼰대’ 느낌이 나는 것들을 과감하게 청소하고 있는 정치가다.
효율성과 합리성이 아니라 관행과 타성으로 무장된 특권과 지대를 부수고 있다.
지금껏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겪어본 적이 없는 급격한 개혁으로 매일매일 세상을 놀라게 할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꼰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변화에 대한 비논리적 저항이다.
‘사람 사는 사회가 다 그렇지 않으냐’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를 거부하는 사람과 사안의 본질을 안 보고 상대 출신과 과거를 다지는 사람 모두 ‘꼰대’다.
유권자에게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 대다수는 그들을 거스르기보다는 적당히 어르고 달래서 지지자로 남겨두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
이런 세태다 보니 어느 나라를 가도 젖과 꿀이 흐르는 직장에서 무능을 전개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이들이 입는다.
‘꼰대’는 끊임없이 사다리를 걷어차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크롱의 개혁이 어떤 정치적 결실을 볼지는 아무도 모른다.
임기 만료를 2년 앞둔 마크롱은 과도한 혁신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깨끗함을 무기로 집권한 집단 내부에서도 부패와 권한 남용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반대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마크롱의 개혁적 자세는 분명히 큰 시사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지도자처럼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도 상대 자세를 장악하는 그의 악수법에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강하게 손을 잡으며 놔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크롱은 트럼프가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유럽 지도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앞으로 그가 어떤 젊은 정치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충주는 최근 문화도시 사업이 한창이다.
새로운 도시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삼은 ‘문화도시’ 사업에 비교적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중소도시인 충주를 뒤바꾸는 문화도시 사업을 위해 마크롱과 같은 인물이 차기 지자체장으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문화관광예술을 통하여….


.